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스스로의 도덕적 법칙이 깨지고 강제에 의해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 폭력배의 경우 그 집단의 우두머리가 내리는 지시는 그 어떠한 법이나 도덕률보다 위에 서 있다. 우두머리의 지시를 받은 행동대원들이 택할 수 있는 자유란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유라면 주먹으로 혹은 살벌한 흉기를 사용할까 고민하다 결국 자신만의 방법을 택하는 것이 고작이다.
또 광신적 사이비 종교집단에서는 자유가 철저히 매장된다. 교주의 설교는 곧 법이요 신도들이 무비판적으로 따라야 하는 절대 명령이다. 이들에게는 자유가 없다. 스스로 판단해서 비판하거나 회의(懷疑)할 수 없다.
최근 인천시가 자율을 전제로 각 실·국과 사업소에 재래시장 상품권 판매를 요구하고 있다. 시는 분명 ‘자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이를 지시받은 공무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관급공사를 하게 된 중소기업들도 다른 방법이 없다.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몰라 불안해하기보다는 상품권을 사거나 판매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인천시가 규정하는 독특한 자율, 그 자율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다. 〈洙〉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