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일 건군 제58주년 국군의 날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도 이날에 어김없이 육·해·공군본부 및 경기 도내 각 부대에서 모두 민·군화합을 기본 취지로 한 행사가 열린다.

1980년대 후반까지 국군의 날 행사에는 수천 명의 병력과 미사일, 탱크 등으로 무장한 행렬로 우리 군의 위력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서 서울의 옛 여의도광장에서 열병·분열을 하면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충성’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것은 일종의 정치적 ‘상징조작’을 위해 활용된 측면이 강한 면이 있다. 국군의 날이 법정공휴일에서 제외된 것은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90년 노동 생산성 저해요인이라는 이유 때문. 이 같은 조치는 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군 중심의 문화 청산작업과도 어느 정도는 맥이 닿아 있었다.

국군의 날은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보루로서 군의 존재의미를 되새기는 소중한 날로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은 틀임없는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보수단체에서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17일로 바꾸자는 주장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항일투쟁을 위해 발족된 광복군의 근본을 좇는 것이 6·25전쟁 당시 국군의 38선 돌파일인 10월1일보다 당위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타당성이 없지 않지만 후속논리에서 보면 이날은 민족상잔과 식민사대사상에 뿌리를 둔 치욕의 날이라는 것이 영 이상스럽다. 민족상잔의 주범을 격퇴하기 시작한 것이 어떻게 ‘치욕’인지 도무지 모를 일이다. 국군의 날은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국력위상을 암시하는 것이라면 이 같은 논리는 다소나마 후진성에 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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