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가뭄과 늦더위 등 이상 기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밭작물 피해 등이 확산되고 있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인천의 낮 최고기온은 24도, 아침 최저기온도 16.2도를 기록하는 등 최근 평년에 비해 5∼6도 이상 높은 기온 분포를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 매우 안정적인 이동성 고기압이 동서로 자리잡고 있어 북쪽 찬 성질의 대륙 고기압이 내려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또 한반도의 안정적인 기압 배치로 비를 오게 하는 저기압이 우리나라를 남북으로 비켜가고 있어 가뭄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등 지난 8월 이후 강수량이 평년의 25%에 안팎에 그치고 있다.
 
▶밭작물 피해 = 가을가뭄으로 밭작물 피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토양의 수분 증발이 가속화되면서 병충해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으며 김장철을 앞두고 다음달 중순 수확해야 할 무와 배추는 이파리들이 수분 부족으로 시들시들해 밭 전체가 황폐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밭농사를 하는 강화군 길상면 장모(50)씨는 “땅이 워낙 메말라 있는 상태라 물을 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라며 “정성들여 키운 콩, 들깨 등이 누렇게 말라 죽어가고 있어 속이 탄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에 따라 농가에서는 가뭄과 이상고온으로 인한 병해충과 전염병, 농·임산물 생육부진 등의 각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비가 오지 않을 경우 올해의 농작물 작황은 최악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기와의 전쟁 = 한낮에는 반팔 옷을 입어야 할 정도로 이상고온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때 아닌 모기떼가 극성을 부려 방역당국을 바쁘게 하고 있다.
 
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 다가구 밀집지역의 경우, 10월 중순인데도 모기떼가 설쳐 주민들이 모기약을 뿌리고 모기향을 피우는 등 밤만 되면 `모기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주민 김모(44)씨는 “10월 중순인데도 밤마다 모기 때문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고,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한다”며 “올 여름은 장마기간이 길어서인지 모기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 들어서 모기들이 더 기승을 부린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트와 약국 등에서 모기 박멸 제품이 여름에 비해 오히려 많이 팔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으며 일선 군·구도 차량을 동원한 방역활동에 나서고 있다.
 
방역당국은 “늦가을의 경우 모기가 서서히 자취를 감춰야 하지만 최근에는 늦더위와 가뭄으로 번식한 모기들이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 집안으로 몰려들고 있다”며 “올 여름에는 집중호우로 모기의 유충이 많이 떠내려가면서 모기가 적었지만 9월 중순부터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데다 늦더위로 모기가 급속히 번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기환자 급증 = 늦더위로 밤·낮의 일교차가 커지면서 감기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소아과와 내과·이비인후과 등에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20~40%정도 늘었다.
 
주부 박모(33·인천시 남구 도화동)씨는 “낮에는 덥다가 저녁이 되면 서늘해지면서 가족들 모두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유치원에 다니는 둘째 아이는 밤이면 기침이 더 심해 병원에 다니는데도 잘 낫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문의들은 “감기 예방을 위해선 육체적 과로를 피하고 실내 환기·습도유지로 호흡기 점막 자극을 막고 외출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양치질을 자주 하는 등 개인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안티 건조 제품 인기 = 가을가뭄이 계속되면서 건조함을 막아주는 안티 건조 제품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 및 가전제품전문업체에서는 최근 가을 가뭄이 지속됨에 따라 안면스팀기, 족탕기, 가습기 등 안티 건조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테크노마트 관계자는 “가을이 되면 쉽게 건조해지기 때문에 이를 보충해 줄 수 있는 가전제품들이 인기가 높다”며 “스팀이나 물을 이용한 안티 건조 제품들은 수분 뿐 아니라 혈액순환을 도와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지는 가을철에 필수아이템으로 최근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이달 들어 안면스팀기를 매장당 일주일에 10대 이상 판매하는 등 보통 3~4대가 판매되던 것에 비교해 3배 이상 판매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평년에 비해 기온이 상당히 높은 가을더위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 8월 이후 강수량은 평년의 1/3 수준에 그치고 있어 지금대로라면 내년 봄가뭄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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