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이후 동북아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를 평양에 파견, 팽팽히 맞서고 있는 북한-미국 사이에 극적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중재에 다시 나섰다.
   
중국의 특사 파견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 움직임을 보이고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사태 악화를 막고 대타협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사로 파견된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이번 사태에 대한  중국과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고 북한측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관례와 사태의 심각성 등으로 미루어 면담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하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탕 국무위원의 방북은 중국 최고 지도자인 후 주석을 대신한 것이고 그의 품 안에는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후 주석의 친서나 구두 메시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탕 국무위원은 평양행에 앞서 역시 후 주석의 특사 자격으로  미국과  러시아를 찾아 조지 부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다.
   
이런 점에서 탕 국무위원의 방북은 국제사회 주요 국가 원수들로부터 청취한 견해를 북측에 전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타진하는 중재자의 역할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고강도의 제재를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 온 미국이 어떤 타협의 여지를 열어 놓았는지가 관심이다.
   
중국은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서로 한발짝씩  양보할 것을 촉구하면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거부와 핵실험 강행으로 이어지는 '벼랑끝 협상' 전략을 펴고 있는  북한도 미국으로부터 수용 가능한 제안이 나온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외교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여기에다 거듭된 북한의 '배신'을 참아내며 북한에 자제를 촉구하고 있는 후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이번이 '마지막 기회'임을 일깨우는 통첩성 메시지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어 북한은 이래저래 선택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북한을 제외한 5자 외교장관 회담이 20일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될것으로 알려져 이번 사태를 푸는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자국이 빠진 가운데 5자회담 이뤄진다면 대북 압박의 성격으로 흐를  것이 뻔하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탕 국무위원의 설득이 힘을 발휘한다면 북한이 합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겨 두고 있다는 점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사이에 극도의 긴장이 조성된 상황이어서 극적이 대타협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북한은 핵실험이라는 초강경 수단까지 사용했고 추가 핵실험을 준비중인 마당에 먼저 수그리고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며, 미국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을 국제사회에 촉구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 북한에 양보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북.미 양자 사이에서 어떤 입장 변화가 있을 것인지는 탕자쉬안  국무위원의 방북에 이은 베이징 외교장관 회담에서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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