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발표한 '잊혀진 계절'을 한 키 낮춰 노래해야 할 때, 그때 은퇴할 겁니다."
   
가수 이용(49)이 데뷔 25주년을 맞았다. 그는 81년 대학생 가요제인 '국풍  81'에서 '바람이려오'로 데뷔, 그해 10월 발표한 1집 타이틀곡 '잊혀진 계절'로 약  85만장의 판매를 기록하며 '이용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제는 어느덧  대학생ㆍ고등학생을 둔 1남1녀의 가장으로, 아들(이욱ㆍ20)과 함께 듀엣으로 노래할 정도로 시간이 훌쩍 흘렀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시월의 마지막 밤을~'로 시작하는 '잊혀진 계절'은 박건호 작사ㆍ이범희 작곡으로 당초 조영남이 취입할 노래였다. 그러나 녹음까지 마친 조영남은 이 곡을 발표하지 못했고 결국 이범희 씨는 '바람이려오'로 혜성처럼 나타난 이용에게 노래를 줬다.
   
"원래 노래 가사는 '구월의 마지막 밤'이었어요. 음반 발매 시기가 한 달  늦춰지며 '시월'로 가사가 바뀌었죠. 이 음반은 80만장 넘게 팔렸는데 당시 전국에 전축 보급수가 55만 대였으니 전축 있는 집에선 모두 제 LP판을 갖고  있었다는  소리죠. 이때 하루 팬 엽서가 53만 통이 왔어요. 지금 엽서 가격으로 계산하면 수억원이  될겁니다."
   
지금도 10월31일이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잊혀진 계절'은 당시 대중의 가슴을 파고든 히트 넘버가 됐고 이용은 KBSㆍMBC 연말 가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7~8년 전엔 반예문 신부가 이 노래를 '아이 스틸 리멤버 댓 라스트 데이 위 해드(I still remember that last day we had)~'로 시작하는 영어 노랫말로 개사하기도 했다. 
   
데뷔 직후 불꽃처럼 타오른 이용의 가수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82년 2집, 83년 3집을 연이어 내며 '사랑과 행복 그리고 이별' '태양의 저편' '잠들지 않는 시간' '이별 뒤에 이야기' '첫사랑이야' 등의 히트곡을 냈지만 그는 85년 개인 신상의 문제로 미국 필라델피아로 건너가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84년 서울예술전문대학을 졸업한 그는 미국 템플대학교 음대에서 경음악 편곡을 공부하며 유학 생활을 했고 89년 귀국해 4집을 발표했다. 그러나 90년 5집, 93년  6집, 94년 7집까지 음반 성적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저조해 이후 그는 9년이란 두번째공백기를 갖게 된다.
   
"은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쉽게 말해 음반이 연이어 망했거든요.  밤무대를 전전했죠. 암흑기였어요. 한동안 업소 일을 하다가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3년 8집 타이틀곡 '후회'란 곡으로 다시 무대에 복귀했죠.
   
8집이 2만 장가량 팔리자 그는 재기의 가능성을 깨달았고 여세를 몰아 4월  9집을 발표했다. 이 음반에서 그는 명지대학교 성악과 2학년에 재학중인 아들과 수록곡 '할 수 있어' '두 개의 세상'을 함께 녹음해 부자애를 과시했다. 최근 KBS 1TV  '콘서트 7080'에서 명지대학교 아들의 반주에 맞춰 9집 타이틀곡 '사랑의 상처'를 노래한 그는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한다.
   
"84년 출간해 15만부가 팔린 '자전적 수기-잊혀진 계절'(문학예술사)에는 저의 성장과정, '국풍 81'로 데뷔하던 시절, 최고 가수상을 받을 때 얘기가 기록돼  있어요. 이 책을 오랜만에 꺼내보는데 새록새록 기억이 나네요. 그때  조용필  형님보다 팬은 적었지만 더 극성스러웠는데…(웃음). 이젠 다들 40~50대 중년이 됐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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