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어를 표준어로 사용하는 중국은 표준어 보급 20주년을 맞아 상하이에서 좌담회를 열었다. 북경어를 중국의 표준어로 사용한 지 20주년기념 행사의 핵심은 영어사용을 자제하고 자국어를 사랑하자는 목소리다.

영어벽을 넘지 못하는 우리로서는 너무나 부러운 이야기이지만 중국의 학자들은 한결같이 우려의 한목소리로 영어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영어가 너무 넘쳐나서 이제는 자제하자는 목소리다. 중국 전체의 문맹률이 30%에 달하고 중국어조차 모르는 중국인이 있지만 상하이의 경우 세계의 중심 경제도시이기 때문에 영어사용은 일반화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이 인구에 대비해 이미 영어를 배웠거나 배우는 숫자는 1/4~1/3이 영어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이는 엄청난 숫자일 수 있다. 외국인과의 대화뿐 아니라 중국인들과의 거리에서의 대화도 영어로 할 정도로 대중화되어가고 있다. 상하이에서 영어실력은 그 사람의 사회적 신분과 품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고 있다. 부의 상징처럼 미래를 보장해주는 것이 영어라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취업을 앞둔 졸업생들은 각종 영어 자격증을 이미 취득하고 있으며 특히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외자기업, IT업체와 기타 고소득 업종들에는 영어는 이미 외국어가 아니고 제1언어, 심지어는 유일한 언어로 자리잡고 있다. 회의와 행사시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서면왕래가 영어로 이루어지면서 영어의 파장은 일상생활에까지 미쳐 영어 원어판을 본다거나 영어 원서들이 서점에도 싼가격으로 보급되고 있어 원서로 된 소설들을 들고 다니는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광경들이고 중국인들끼리의 인터넷 사용도 영어로 이루어질 정도로 그야말로 '영어 없는 곳은 없다' 할 정도로 영어보급률이 엄청나다 할 것이다.

중국의 대학에서 중국어 공부를 시작한 나같은 초보 중국 유학생들의 경우에도 모든 중국어 강의는 영어로 이루어져 처음에 중국식 영어 발음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한 두 달 지나면서 중국식 영어발음에 익숙해지면서 영어도 중국어처럼 받아들이고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중국의 텔레비전을 보면 중국어인 북경어로 자막방송을 할 정도로 중국인들끼리도 자기지방언어를 쓰다보면 의사소통의 문제가 자막방송을 통해 이해하고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자존심 강하고 잘난 상하이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상하이어를 사용해 그들이 상하이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상대방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비상하이 사람과 구분하려 한다. 그런 상하이 사람들이 이제는 영어에 관한 한 의사소통이 원활해 외국인들이 살기에는 좋은 도시로 선정되기까지 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수준을 넘어서 영어도시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중국어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맹목적인 허영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비판하고 있다. 영어가 필요한 일정분야를 제외하고는 모국어인 중국어를 초과하는 영어사랑에 우려를 표시한다는 발표를 하면서 영어가 중요하다지만 그 지위가 절대 모국어를 초과하지 말 것을 상하이에서 당부하고 있다.

어느 나라이든지 자국어 사랑의 당연한 발표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우리 인천의 영어수준을 생각하게 한다. 인천은 외국인들이 인천에 거주하거나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가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어마을도 만들고 영어교육에 엄청난 사교육비을 쓰면서 아이들 교육에 가정경제가 훨 정도이지만 결과는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모든 지도자들은 이미 영어를 자기언어처럼 사용할 정도로 국제적인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면서 국민들도 자극받아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국제적인 도시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하나하나 만들어가야 한다. 국제적인 도시는 국제적인 도시끼리 경쟁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우리도 상하이인 이상의 모습으로 변화 할 것이다.

이성옥 경영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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