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영화 '후회하지  않아'(감독  이송희일, 제작 청년필름)가 16일 일반 관객과 만난다.
   
'슈가 힐' '굿 로맨스' '동백아가씨' 등 단편영화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이송희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사회적 신분 차이가 큰 두 남자의  사랑  이야기가 기본 얼개.
   
그러나 이 영화는 '왕의 남자' '브로크백 마운틴' 등 개봉됐던 남성 동성애  작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들 작품이 동성애를 에둘러 표현했다면 '후회하지 않아'는 정공법을 택했다. 섹스 장면과 대사 등의 표현 수위가 높다. 사랑이란 감정을 축으로 전개되는 정통 멜로다.
   
영화의 두 주인공은 이한과 이영훈. 대기업 실장 재민 역의  이한은  '굳세어라 금순아' '굿바이 솔로' 등 TV 드라마와 영화 '내 청춘에게 고함' 등을 통해 낯익은 배우. 그러나 상대 역으로 출연한  게이 호스트바 호스트인 수민 역의 이영훈은  낯선 얼굴이다.
   
그는 이송희일 감독의 단편 '굿 로맨스'에 출연했던 것이 연기 경험의 전부인 '초짜' 배우. 고등학생과 30대 유부녀 간의 파격적인 애정 행각을 다룬 이 영화에서 그는 30대 여성과 사랑에 빠진 고교 2년생 원규를 연기했다.
   
"영화 '굿 로맨스'에 나오는 졸업식 장면은 제 실제 고등학교 졸업식  장면입니다. 우연한 기회에 연예기획사에 사진을 보냈는데 1년 뒤에 영화 찍자는 연락이  왔어요."
   
그는 "엉겁결에 연기자로 입문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수원과학대  방송연예과에 입학했고  군대에 다녀온 뒤 이송희일 감독과 다시 만나 '후회하지 않아'를 찍을때까지 4년 간의 연기 공백이 있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갑자기 영화에 출연하게 됐다"는 이영훈은 "충분한 준비를 못한 채 영화를 찍은 것이 가장 아쉽다"고 털어놓았다.
   
"'굿 로맨스' 때도 그랬지만 시나리오를 보고 놀랐습니다. 그런데 저를 잘 아는 감독님이 (저를) 생각하고 출연을 제의하신 거라 감독님만 믿고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는 "촬영 당시 영화 속 수민이 되자고 마음먹었다"면서 "'내가 수민이야' '내가 수민이다'라며 자기 취면을 걸었다"고 고백했다. "수민이가 되지 않았으면  연기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당시에는 내가 수민이었기 때문에 그의 행동도 이해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후회하지 않아'는 낯 뜨거운 정사 신이 많다. 물론 배우에게도 이  같은  정사 장면 촬영은 힘들었을 터.
   
"연기하는 데 무엇이 가장 힘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추위"라고 답한다. 촬영기간이 지난해 10~12월이었기 때문에 추운 강바람을 맞으며 마포대교 위에서 울어야했고, 산속 촬영도 많아 몸이 고단했단다.
   
"그럼 정사 신은?" "재미있게 촬영했다"는 것이 돌아온 대답. 기자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이다.
   
"정사 신은 민감한 부분이라 스태프들이 무척 조심조심 행동하더라고요. 그런데정작 찍는 당사자인 저와 이한 씨는 찍을 때마다 신나했어요. 어떻게 찍을까 의논도많이 했고요. 사실 정사신의 상대 역이 여배우였으면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같은 남자끼리니까 말하기도 편하고 부담이 덜했습니다."
   
이영훈은 영화에 대해 "남녀 간의 사랑 얘기와 다를 게 없다"면서 "동성애도 다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그는 이송희일 감독의 얘기를 꺼냈다.
   
"감독님이 '네가 배우로 성공하면 나랑은 영화 안 찍을 거지"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그때는 별 대답도 않고 그냥 픽 웃었습니다. 그 말에 대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배우로 성공하든 성공하지 못하든 감독님이 부르시면 언제든지 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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