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경주성적 113연패라는 대단한 기록(?)을 남기고 은퇴한 경주마가 일본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화창한 봄날이라는 의미의 마명을 가진 `하루우라라'는 1998년 경주마로 데뷔 후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채 은퇴를 해 `하루우라라'에게 화창한 봄날은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인들은 단 한 번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하루우라라'를 위해 기꺼이 마권을 사주는 것은 물론, 직접 경마장을 찾아 열띤 응원도 펼쳤다고 한다.

세상사가 모두 승자와 패자로 양분되는 현실에서 항상 지더라도 경주에 나서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달리는 `하루우라라'를 보며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경마공원에 경주마로 등록돼 있는 마필을 대상으로 20전 이상의 전적을 가진 마필 중 단 1승도 챙기지 못한 마필을 조사한 결과 총 15두의 마필이 승리를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가운데 대한민국 판 `하루우라라'라고 할 수 있는 마필은 서범석 조교사(12조)의 `동진강'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진강'은 총 전적 43전 0승, 2착 1회를 기록, 승률 0%, 복승률 2.3%를 기록했다.

또한 배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3착 이내의 성적을 기록한 횟수는 단 7회를 기록해 서울경마공원 최고의 꼴찌마로 올랐다.

흔히 경주마로서 능력이 없는 마필을 `똥말'이라고 낮춰 부르곤 하는데 소속조 관리사들에게 최고의 똥말은 단연 `동진강'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동진강'이 지금까지 기록한 최고의 성적은 2착 1회가 전부이니 소속조 조교사와 관리사의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속조 문경호 관리사는 `동진강'은 단 1승을 챙기지 못해도 나름대로 자기 밥벌이는 하는 놈이라며 일반인들의 생각처럼 애물단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마방에 있는 26두의 말 중 어떤 말이라 할지라도 다 똑같은 우리 식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성적이 좋지 않은 `동진강'이라 할지라도 홀대 받는 일은 절대 없다”며 끈끈한 가족애를 강조했다.

서울경마공원에는 총 1천420여 두의 경주마가 있다. 이 경주마들은 한 번 경주에 나서면 보통 4주정도 휴식 및 재충전의 기간을 두고 경주에 출전하는 게 보통이다. 하루 경주 수를 11경주로, 평균 출주하는 마필의 수를 11두라고 가정한다면 하루에 우승하는 마필은 단 11두이지만 110두의 마필은 우승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를 다시 한 달로 보면 44두의 경주마가 우승의 영광을 차지하는 반면 440두의 경주마는 패배를 맛보는 것이다.

경마의 속성상 어떤 마필이 우승을 차지하느냐에 모든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우승을 위해 달려온 말이 있기 위해서는 분명 그 뒤에 기꺼이 꼴지를 한 마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우승이었으며 그 우승이 더욱 빛나는 것이다.

이번 주에는 우승하는 마필에 환호하고 바로 뒤돌아서기 보다는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나머지 꼴지 마필들에게 진심 섞인 파이팅을 외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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