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검단 신도시’, ‘고정 간첩’, ‘북한 6자회담 복귀’, ‘신당(新黨) 창당’, 그리고···

인터넷 포탈사이트에 등장할 만한 주요 검색어들이다. 요사이 신문·방송에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이런 단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도무지 헛갈린다. 아니 혼란스럽다.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항상 이야기 하곤 하던 것이 자기 눈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은 강의실에 들어가기가 도무지 자신이 없다. 학생들이 현재의 모습에 대해 질문했을 때 무슨 말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혼돈스럽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적어도 우리의 눈에는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엉거주춤인 모습으로 우리는 지나왔다. 남북으로 분단된 현실과 대북관계에서 우리가 대처해야 하는 최선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분열만 야기시킨 것은 아닌가? 적어도 정부입장은 국민들에게 신뢰라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검단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발표가 나오고 주택가격은 1억 원 내외의 큰 상승을 보였다.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하루밤 사이에 1억 원이라는 가격 상승이 가능하다는 말인가?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모두들 묻지마 식으로 집을 사고 있단다. 세상 어떤 물건도 이런 가격상승을 보여주는 것이 있었던가? 그러고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겠다고 하고 있으니 이를 어찌 받아들일 것인가? 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우리사회에 간첩이라는 단어는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사라졌던 것 같은데, 어느 날 우리사회에 간첩이 나타났단다. 분단국가 상황에서 간첩의 존재는 쉽게 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짐작은 하면서도 말이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그 간첩의 존재가 사회 변혁의 선두에 선 소위 386세대이기 때문에 그 충격은 가히 북한의 핵실험 이상의 것이었다. 무엇이 진실인가?

그러더니 북한이 핵실험 이후 유엔 제재가 결의되면서 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단다. 무조건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이런 회담의 재개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 6자회담의 중추적 역할을 하겠다는 우리의 정부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다수 국민이 모르는 그 무언가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거기에다 뚱딴지같은 신당창당은 또 무슨 소린가? 현직 대통령이 당적을 보유하고 있고, 새 정부의 등장과 동시에 여당이 만든 정당을 해체하고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단다. 자신들이 개혁정치를 하겠다고 만든 정당의 정당성을 부정하면서 또 어떤 정당을 내세우겠다는 것인가? 거기에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게 되는 공공요금도 슬그머니 인상되었다.

단어 몇 개만을 살폈는데도 숨이 차다. 우리 인사말에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라는 말이 있다. 그야말로 눈뜨고 새 날을 맞으면 ‘밤새 안녕하셨습니까?’이다. 이런 상황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우리 국민들이 국가에 의해 덤터기를 쓰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이었으면 좋겠다.

스펜서 존스가 쓴 '선물(The Present)'이라는 책이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의 저자로도 잘 알려진 저자는 이중적 개념의 선물 이야기를 통해 삶의 성공 비밀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삶이 버거울 때마다 늘 뭔가 비범하고 독특한 해법을 찾곤 한다. 그러나 공기와 물처럼 소중한 것은 언제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공기와 물이 우리의 생활을 좌우하듯 누구에게나 주어진 '현재'라는 평범한 선물이 우리 일생을 좌우하는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다. 생뚱맞게 책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니다. 이 풍성한 가을의 중심에서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 사랑의 마음으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들에 대한 반성,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며 미래를 계획하는 노력 그리고 나 혼자만이 아닌 소명을 가지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고 싶은 것이다. 우리가 이토록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아마도 내일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며, 더불어 살아갈 준비를 잘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러한 혼란을 이겨낼 능력이 있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도 않지만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도 않는다는 말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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