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선 장단역 비무장지대 안에 방치되다시피했던 '철마'가 56년 만에 마침내 달렸다. 이제는 무게 105t의 육중한 고철덩이 신세로 전락해, 스스로의 엔진을 가동해 달린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분단 반세기 만에 이동을 했다.

화통만 남은 이 증기기관차(등록문화재 제78호)는 보존처리를 위해 20일 임진각에 마련된 보존처리장으로 옮겨졌다. 철마는 앞으로 1년 가량 포스코 기술진에 의한 보존처리가 이뤄지게 된다. 포스코는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1문화재 1지킴이' 운동의 철마 후원기업이다.

문화재청이 주최한 이날 이송식은 국방부와 유엔사, 파주시, 포스코 관계자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레인을 이용해 철마를 길이 20m짜리 대형트레일러에 옮겨 운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철마는 포스코가 미리 준비한 프레임과 디바이스라는 장치, 크레인에 의해 트레일러로 옮겨진 다음 느린 속도로 약 5㎞를 달려 임진각으로 안전하게 이송됐다.

한국전쟁 당시 이 기관차를 마지막으로 운전했던 전 기관사 한준기(80) 씨는 "비무장지대에 50년이 넘도록 방치돼오다 문화재로 등록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해왔다"면서 "특히 이번 기회에 이 증기기관차가 영구보존처리된다니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분단의 상흔을 간직한 이 유물을 2004년 2월6일 등록문화재 제78호로 등재한 뒤 포스코 등과 함께 이에 대한 보존처리 대책을 마련했다.

 문제의 철마는 원래 북한 소유였으나, 1950년 9ㆍ28 서울수복 뒤 연합군이 획득해 군수 물자를 실어 나르는 화물차로 이용했다. 이른바 '전리품'인 셈이다.

개성역을 떠나 한포역까지 올라갔다가 중공군에 밀려 장단역까지 내려왔으나 1950년 12월31일 밤 10시10분 무렵 북한군에 이용될 것을 우려한 연합군에 의해 파괴된 채 지금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문화재 등록과 맞물려 2004년 철도청(현 철도공사)이 실물 조사를 벌인 결과 화차는 비록 겉은 많이 녹이 슬었으나 내부 주철 부문은 여전히 보존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존 상태 기준으로 규모는 길이 15m에 폭 3.5m, 높이는 4m 가량으로 측정됐다. '마터형' 기관차인 이 철마는 최대 시속 8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 파괴 이전 제원은 길이 23m27cm, 폭 3m20cm, 높이 4m70cm이며 최대 견인력 1만8천450kg(1천440마력)이라는 강력한 견인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철도청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 기관차의 보존처리를 담당할 포스코 산하 포항산업과학연구원의 권영각 박사는 "기관차가 땅 속이 아닌 대기 중에 노출돼 있어서 부식상태가 상대적으로 덜하다"면서 "철 표면의 부식이 더 진행되지 않도록 '표면안정화처리'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 1월께 포스코 측은 철 전문가와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기술 심포지엄을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후 내년 3월 1년 간의 보존처리 작업에 들어간다. 보존처리를 마친 기관차는 2008년 3월 중으로 원래의 자리인 비무장 지대 안으로 다시 옮겨진다.

이 기관차는 선로 사정이 좋지 않은 산악 지대에서도 운행될 수 있도록 제작된 장거리 화물용 증기기관차로 해방 전에는 북한지방에서만 운행됐으며 남한에서는 운행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문화재청은 철마 보존처리가 민관협력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보존처리 전 과정을 임진각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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