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

 

중국의 동북공정에 맞서 전국적으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으나 경기도는 우리 역사에 대한 재조명은 커녕 중국유물구입에 혈안이 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한심할 따름이다. 특히 이 같은 중국의 도발적 행위를 계기로 주요 방송국들이 방영하는 고구려 역사드라마가 안방극장에서 관심사로 대두됐고 학계 역시 고구려에 대한 역사적 재조명에 나서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시점이다. 그런데 경기도는 이런 움직임은 아랑곳 않고 되레 중국 유물 구입에는 상당한 예산을 지출하면서도 정작 고구려 유물의 발굴 및 보존에는 관심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지탄받아 마땅하다.

경기도가 경기도의회에 제출한 `2004∼2006년 유물구입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박물관은 이 기간 모두 73억 원의 예산을 들여 360점의 유물을 구입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이 기간 고구려관련 유물구입에는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의 동북공정에 따른 역사침탈행위가 본격화된 지난해만 해도 유물구입 예산의 60%에 달하는 15억 원을 들여 한나라 및 청나라 시대의 복식과 초상화 등 중국유물 83점을 구입하는 어이없는 행보로 일관했다고 한다. 더욱이 중국의 동북공정을 계기로 고구려 역사에 대한 재조명이 절실한 차에 자치단체가 이에 역행하는 처사로 일관한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든 옳지 못하다.

경기도는 고구려 유물이 시장에 거의 나오지 않아 구입하지 못했다고 항변하고 있으나 실상은 그렇지만 않다. 연천군 등 경기지역에는 고구려가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5~6세기에 축조된 성곽유적이 많아 아차산 유적 등의 형성과정을 밝히는 주요 사료로 인정되고 있지만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관리인조차 없어 문화재 파괴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이 그렇다. 이런데도 고구려 유물이 매매시장에 나오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은 집안 단속도 못하면서 남의 일에만 참견하려는 격이니 기 막힐 따름이다. 고구려 유물은 매도물량이 극히 희박하기 때문에 구입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기북부 등지의 유적지 보존 및 발굴 작업 등을 통해 얼마든지 그 가치를 되살릴 수 있다. 이제라도 비단 고구려만이 아닌 우리 역사를 재조명하는 데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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