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미국과의 미사일방어(MD) 협력을 가속화하면서 미국을 겨냥한 미사일을 일본측이 요격할 수 있도록 정부해석을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헌법에서 금지된 것으로 해석돼온 '집단적자위권' 저촉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지난 14일 미국 언론과의 회견에서 "미국으로 향할 수 있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집단적 자위권에 해당하는지 연구해야 한다"며  MD를 집단적자위권 연구대상에 포함시킬 것임을 시사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어 시오자키 야스히사(鹽崎恭久) 관방장관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방어 시스템을 전수방위(專守防衛)에 국한한다고 발표했던 지난 2003년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를 수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화했다.
   
그러자 아베 장관은 21일 "헌법해석 안에서 MD와의 관계도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며 거듭 거들고 나섰다.
   
논란이 뜨거워진 것은 주무부처인 방위청이 사실상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청장관은 21일 미국을 향한 미사일을  일본측이 요격하는 것은 "법률 이전에 물리적으로도 무리"라며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한 것.
   
일본의 MD는 일본 주변에서 이지스함이 대기권 밖을 비행하는 미사일을  스탠더드미사일3(SM3)로 요격하는 1단계와 1단계에서 놓친 미사일을 지상에서 패트리어트3(PAC3)이 맞추어 떨어뜨리는 2단계로 나뉜다.
   
하지만 북한의 이른바 '대포동 2호'는 사거리가 1천㎞ 이상으로 SM3의 요격  범위 보다 높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만큼 일본의 MD로 방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방위청의 판단이다.
   
니혼게이자이(日經)신문은 방위청 관계자들이 미국을 향한 미사일을 요격하겠다는 총리관저측의 견해에 "뭘 모르는 아마추어들의 공론"이라며 불쾌감을 감추지않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 신문은 총리관저측의 구상은 단순히 '기술론'을 넘어 헌법개정을 위한 길을 닦겠다는 더욱 깊은 속셈과 닿아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용인을 둘러싼 논의는 오랜기간 금기시 돼  왔으나 아베 총리는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집권 중 실현하겠다고 밝힌 이상 MD라는 재료를 통해 관련논의를 정치일정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