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아멜리 노통브(38)의 신작 소설 `황산'(문학세계사)은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가학성을 극단까지 몰아붙이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소설은 시청률이 지상 과제인 한 방송사가 `집단 수용소'라는 리얼리티 쇼를 기획해 시민들을 잡아다 가둬두고 심지어 처형하며 그 과정을 일반 대중에게 생방송으로 중계한다는 내용이다.

희생자는 시민들 가운데 무작위로 선택된다. 첫 방송이 나간 이후 시청자들은 점점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마침내 방송 제작자들은 시청자들의 투표를 통해 처형시킬 대상을 정하는 쌍방향 방송까지 계획한다.

작가는 “시청자들이여, TV를 끄십시오. 가장 큰 죄인은 바로 당신들입니다!”라는 한 희생자의 절규에도 계속 올라가기만 하는 시청률을 보여주며 도대체 인간의 집단적 광기가 어디에서 오는가를 면밀하게 추적한다.

파격적 내용을 담은 만큼 책은 프랑스에서 출간되자마자 `썩은 과일' 혹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도와주는 끔찍한 픽션'이라는 극단적 평가가 엇갈렸다. 한 비평가는 “매년 신작을 내놓지 않아도 되니 힘겨우면 좀 쉬라”고까지 혹평했다.

그러나 나치의 홀로코스트, 일본의 인체실험 등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만행을 상기해볼 때 작품은 우리가 그려볼 수 있는 가능한 미래 중 하나를 경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독의 가치가 있다.

작가는 세간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이렇게 대꾸한다. “창조가 이뤄진 다음 신의 임무가 뭐였더라? 그것은 아마도 책이 출간된 다음 작가의 임무와 유사할 것이다. 자신의 텍스트를 공개적으로 사랑하고, 칭찬, 야유, 무관심을 받아들이는 것… 작품을 끝까지 사랑하는 것.”
 
이상해 옮김. 207쪽. 8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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