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생각할 필요없다. 다니엘 헤니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여러 CF를 통해 뭇 여성들의 가슴을 흔들어놓은 다니엘 헤니를 `위한' 영화다. `Mr.로빈 꼬시기'(감독 김상우, 제작 싸이더스FNH)는 인터넷 소설 `키애누 리브스 꼬시기'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그의 멋진 미소와 착한 인상, 훤칠한 체격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작품의 완성도? 그에 대해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히 `기획상품'이라는 인상을 주는 영화다. 연애에 대한, 남자에 대한 여자들의 판타지를 있는 대로 자극한다. 잘 나가는 외국계 기업 CEO에 단추 한 두 개를 풀면 더욱 매력적인 남자, 거기에 첫사랑의 순애보로 인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자이니 판타지, 그 자체다. 심지어 연하다! 여자 역시 나름대로 능력 있고, 착한 심성까지 지녔다. 딱 여학생들이 즐겨 보는 `하이틴 로맨스' 스타일이다. 
 
그러니 뚝뚝 끊어지는 화면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울 필요도, 할아버지 유니폼과 회사 이름을 바꾸는 게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에 대한 이유가 제대로 설명되지 않더라도 의구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그 어떤 의문에도 “다니엘 헤니가 웃어주면 모든 게 용서되잖아”라고 이 영화는 설명한다.
 
이런 부담을 처음부터 안았을 `초짜 배우' 다니엘 헤니는 이를 감당하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극중 그가 곤혹스러운 인상을 쓸 때 종종 그의 진짜 심경이 오버랩된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건 엄정화다. 엄정화는 말 그대로 온몸을 던져 연애에 관한 한 푼수 같은 민준을 연기한다. 다니엘 헤니의 매력에 빠져 있던 관객도 엄정화의 나이를 잊은 귀여움에 킥킥 웃게 된다. 노출이 아니라도 연기를 위해서라면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니 엄정화가 만들어낸 민준이 생명력을 갖는다.
 
`쉬크한(멋진)' 여자 민준. 일은 완벽하지만 연애는 젬병이다. 홍콩에서 근사한 데이트를 꿈꿨던 민준은 남자친구에게 바람맞고 만다. 참담한 기분으로 돌아와 출근하던 중 교통사고를 낸다. 고급 외제차에서 나온 말끔한 남자는 유창한 영어로 민준을 쏘아댄다.
 
회사에 출근해보니 일본계 기업 합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지사장이 와 있고 그 남자는 바로 아침에 교통사고 때문에 만났던 로빈. 로빈은 영어로, 그의 어시스턴트가 된 민준은 한국어로 말하면서 대화가 이어진다(여기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첨가된다). 쌀쌀맞은 태도의 로빈은 민준에게 임무를 맡기고 민준은 좌충우돌 끝에 해낸다.
 
옆에서 민준을 지켜보던 로빈은 민준이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걸 알아내곤 사랑하는 사람에게 뭐든지 퍼주려는 민준의 성격 때문이라고 비아냥댄다. 이에 민준이 격분하자 로빈은 “그럼 날 꺾어봐라”며 도발한다.
 
로빈을 흔들어놓으려는 민준의 여러 행동이 펼쳐진다.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화려한 옷을 입거나, 도시락을 싸갖고 가거나, 섹시한 차림으로 노래하고 춤추다 넘어지는 등.
 
조금씩 서로를 향한 사랑을 느끼지만 자신의 마음을 꽁꽁 숨겨두는 두 사람이 진심을 확인해가는 과정이 이어진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에서 단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채 엄정화의 연기력과 다니엘 헤니의 매력에 기댄 영화. 마지막까지 이 영화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다니엘 헤니잖아~.” 
 
12월 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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