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행된 크리스마스 실은 독도의 모습을 담고 있다. 캐나다 선교의사 셔우드 홀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실 운동을 전파한 시기는 일제 강점기인 1932년 12월. 지금부터 74년 전 일이다. 크리스마스 실 운동이 범국민적인 성금 운동으로 발전한 것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되면서부터다. 해마다 대통령 등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실 증정 행사가 열렸고, 가난했지만 정이 많은 우리국민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대한결핵협회는 1987년 결핵예방접종약(BCG) 생산시설을 정부로부터 이관 받아 전국 어린이들에게 접종할 결핵예방약을 자체생산, 무료공급에 나섰다. 이는 곧 결핵퇴치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 실 운동이 처음 시작된 곳은 유럽. 결핵이 만연하던 19세기 말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우체국장이던 에이나르 홀벨은 많은 어린이들이 결핵으로 죽어 가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어느 해 연말 매일 수북이 쌓이는 크리스마스 우편물과 소포를 정리하던 그는 이 많은 우편물에 동전 한닢짜리 '실'을 붙여 보내도록 한다면 판매 대금으로 수많은 어린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1904년 12월 10일 덴마크에서 세계 최초 크리스마스 실이 발행됐고, 실 모금 운동은 전 세계로 확산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결핵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면서 실 판매 모금액이 갈수록 줄고 있다. 편지 대신 e-메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많이 보내는 세태와 무관치 않다. 실의 사용도가 낮은 요즘 실 판매를 놓고 '강매' 시비마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나라 결핵 발생률과 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결핵으로 인한 사회비용 지출이 만만찮은 지금 크리스마스 실의 멋진 부활이 아쉽다. <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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