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에 도달한 자의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특유의 힙합은 물론 보사노바, 레게, 발라드까지 어우러졌다. 곳곳에 '뽕끼'라고 불리는 트로트 리듬까지 엿보인다.
   
하지만 각 장르 고유의 전형적인 색깔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모두 융화돼 '바비 킴 스타일'만 남았을 뿐이다.
   
바비 킴은 "한국적인 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힙합계의 거목이지만 "이번 앨범은 힙합이 아니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면서 "확실한 '노래' 앨범이며, 솔로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랬다. 두번째 곡 '최면'은 온갖 장르가 뒤섞인 독특한 음악이었다. 그는 "나조차 이 곡의 장르가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나의 세계로 너무 빠지는 것 같아서 그 노래를 앨범에서 빼려고  했다"면서 "하지만 작사를 한 주비 트레인이 '기막힌 곡이다. 형은 원래 느낌대로  가는 작곡가 아니냐'라고 응원을 해줘서 수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파랑새'도 힙합은 아니다. 현악 4중주가 깔리는 가운데 진한 포크 스타일이 얹혔다. 1970~80년대 국내 포크 가수들이 선보인 창법과 유사한 보컬 톤으로 독특한 맛을 냈다.
   
국내 힙합계의 대부로 군림해 온 바비 킴이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매력적인 보컬을 선보인 솔로 2집 '폴로 유어 솔(Follow Your Soul)'을 들고 2년4개월만에 돌아왔다.
   
"1집에서는 힙합을 바탕으로 다른 장르를 접목했습니다. 2집에서는  솔  음악이 바탕이죠. 힙합 정신으로 만든 게 아닙니다. 2년 동안 만든 40~50여 곡 중에서 14곡을 골랐어요."
   
그의 1집 '비츠 위딘 마이 솔(Beats Within My Soul)'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음반으로 평가받고 있다. 힙합 음반으로는 드물게 10만 장의 판매고를 기록했고, 아직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당시 그가 데뷔 11년 만에 자신의 색깔을 담아 앨범을 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그래서 2집 앨범 작업은 부담감이 더욱 컸다. "11년간 무명으로 지내며 쌓인 한(恨)을 그 앨범에 모두 쏟아냈으니 이제 더 보여줄 게 무엇이 있겠는가"라는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성공 부담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늘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합니다. 2집에도 혼을 쏟아부었어요. 그래도 음악은 훨씬 편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미련이 있더라도 자유로움과 편안함이 더 오래간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귀에 거슬리지 않는 노래를 만들려고 했죠." 
   
그는 이어 "이런 인터뷰에도 온 힘을 다해 응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그래서 끝나고 나면 진이 빠진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잘할 수 있는 힙합 대신 이처럼 다양한 장르를 엮은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몸담고 있는 힙합그룹 부가킹즈(Buga Kingz)가 작년  2집을  발매했어요. 정통 힙합은 부가킹즈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솔로 앨범은 장르를 따지지 않고 싱어로서 준비를 한 것이죠. 제가 음악에 빠졌던 80년대는 힙합과 R&B 위주의  요즘과 달리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얻었습니다. 당시 여러 장르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영향이 솔로 앨범에 반영된 것 같아요."
   
'파랑새'는 미국 생활을 접고 1992년 한국으로 돌아온 후 겪은 그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무척 사랑한 여자가 있었는데 능력과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떠나  보냈다"고 설명했다.
    
1집 '고래의 꿈'에서 트럼펫을 불렀던 아버지 김영근 씨는 이번 앨범의 슬로록 풍 노래 '넋두리'에서도 트럼펫을 잡았다. 김영근 씨는 국내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트럼펫 연주자다.
   
"아버지가 이 곡을 들으시고 '내 이야기네'라고 하셨습니다.  아버지의  트럼펫 연주가 어울릴 것 같아서 도와달라고 말씀드렸죠."
   
앨범에는 또 국내 정상급 뮤지션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 다이내믹듀오, 정인, J, 버블시스터즈의 아롬 등이 보컬 피처링을 맡았다. 거의모든 노래를 바비 킴이 작사ㆍ작곡한 가운데 윤도현의 '사랑했나봐'를 쓴 정상급 작곡가 전해성이 '싱 싱 싱(Sing Sing Sing)의 작사ㆍ작곡ㆍ편곡을 맡았다.
   
"앞으로 정통 '뽕짝' 음악과 70년대 록음악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는 바비 킴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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