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학에서 반대와 모순은 엄연히 다른 용어다. 반대는 양 개념사이에 중간 개념이 있을 때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검정색과 흰색 중간에는 회색이라는 색깔 개념이 있다. 이럴 때 흑과 백은 반대개념이다. 그러나 모순의 개념은 중간개념이 없다. 삶과 죽음과 같이 중간개념이 없는 경우가 모순에 속한다.

또 우리는 자주 딜레마라는 용어도 사용한다. 논리학에서 분류하는 딜레마는 크게 두 가지다. 어떠한 상황이 주어졌을 때 선택하기 곤란한 경우다. A와 B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 A를 선택해도 나쁘고 B를 선택해도 나쁜 결과가 나올 때 악성 딜레마라고 한다. 반면 A를 선택하던 B를 선택하던 둘 다 좋은 결과가 나올 때가 있다. 이를 양성 딜레마라고 한다.

논리학에서는 애매와 모호라는 개념이 있다. 애매하다는 개념은 선택의 문제에 있어서 분명치 않을 경우이며 모호의 개념은 범위의 문제에 적용되는 개념이다. 예를 들자면 ‘애매하다’는 개념은 극심한 교통체증을 피하기 위해 승용차를 이용할지 버스를 이용할지, 또는 지하철을 이용할지 선택이 분명치 않을 때 사용한다. ‘모호하다’라는 개념은 아파트가 좋은지 일반주택이 좋은지 ‘좋음’의 개념이 분명치 않은 상태에서 적용될 경우에 적용한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아파트를 분양하려던 건설업자들이 분양가를 정하지 못한 채 분양시기도 늦추고 있다. 폭등한 인근 아파트 가격을 적용해 분양하자니 고분양가 논란에 곤혹을 치르겠고 가격을 낮추자니 기존에 분양한 가격이 거품이었음을 폭로하게 된다는 것이 그들의 고민이다. 반대개념도 모순개념도 적용할 수 없다. 어느 딜레마인지 선택도 어려운 모호한 세상에서 서민들은 마냥 피곤하기만 하다. 〈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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