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6년 사이 자동차 및 교통 관련 사안에 대해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나타내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만큼 자동차는 이미 생활필수품화 되었고 자동차에 머무는 시간도 많아져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더욱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해서도 현실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적극적으로 개입해 의견을 제시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경향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예전과는 다른 격세지감을 느끼는 경향이라 할 수 있다. 그 만큼 예전과는 달리 우리의 위치가 선진국의 발밑에 다다르고 있다는 현실감과 조금만 노력한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필요에 따라서는 여론의 힘을 빌리기도 하고 정부당국이나 정치권의 힘을 빌려 의견을 관철시키는 경우도 있다. 바람직한 결과가 도출되기도 하지만 도리어 없는 경우보다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최근의 자동차 관련 사안 중에서 자동차 번호판을 보면 이러한 경향을 쉽게 읽을 수 있다. 3년 전 시작된 자동차 번호판 문제는 이제 전 국민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해 최근까지 건설교통부는 이 사안으로 ‘안주거리’가 되기도 했다. 이제는 번호판 종류가 6가지가 되어 어느 번호판이 진짜이고 어느 것이 괜찮은 지도 혼동이 되는 경향이다. 초심과는 달리 사안의 본질이 무엇이고 왜 이런 논란이 발생했는지도 가물가물하기도 하다. 도리어 최종 번호판이라는 흰색 바탕에 검은 색 글씨의 기다란 번호판을 자세히 보노라면 차량과 잘 어울리기보다는 합판으로 만든 임시번호판 같은 느낌을 자주 갖는 것이 왜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도리어 초기의 초록 바탕에 흰 색 글씨를 가진 옛 번호판에 가장 애정이 가기도 한다. 중간 중간 논란이 되어 발생한 번호판들을 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최근 자동차 번호판 논란의 핵심은 기존의 번호판이 차량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최근 출시되는 차량을 보면 예전의 투박하고 껄끄러운 모습보다는 세련되고 매끈한 외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에 걸맞는 번호판을 달아야 한다는 논리도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디자인이나 모양에 앞서 번호판 부착의 의미가 제 3자에게 나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이 주목적임을 알아야 한다. 멀리서도 눈에 띄게 확실하면서 뚜렷한 모습을 인지시키는 것이 번호판 부착의 의미임을 생각해야 한다. 그 다음 모양이나 차량과 어울리는 디자인 등이 수반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수년 간 진행되어온 모습을 보면 이러한 원칙에 앞서 너무 여론적인 움직임에 기운 게 아닌가 걱정이 된다. 누리꾼 등을 통해 제기된 문제를 시작으로 일파만파 번져 수년 후인 지금까지 온 과정은 정상적인 과정보다 본질적인 문제에 앞서 미봉책에 서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처음부터 번호판 부착의 본래의 목적을 기반으로 전문가들이 모여 의견을 개진했다면 이러한 사태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다.

초기에 건설교통부 담당자가 자동차 번호판 전체를 글씨를 키우고자 글자 하나를 내리기만 하고 글씨 형태나 전체적인 색깔을 유지한 행태는 번호판 본래의 목적을 생각하면 당연한 작업이었음을 알 수 있다. 수십 년간 우리가 보아오고 누구도 제시하지 않았던 보편적인 번호판을 갑자기 검증되지 않은 여론에 의해 휩쓸린 점은 다시 한 번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했다고 본다. 이제는 한 걸음 물러서 재삼 숙고하는 자세도 우리는 배워야 한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모여 우선 논의하고 대안이 마련되면 여러 가지 중 우리가 평가하고 선택하고 건전한 의견을 제시한다면 시행착오에 앞서 검증된 절차가 제도화되는 계기를 제공할 것으로 믿는다.

사소한 문제로 당국인 건설교통부를 밀어붙여서도 안 될 것이며, 건설교통부도 설익은 정책 입안으로 국민을 자극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서로가 한 걸음 물러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고민한다면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좋은 결과가 도출되리라 확신한다. 생각보다 옛날 번호판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나도 한 번 어느 것이 좋은 지 비교해 보자. 그리고 멀리서도 눈에 잘 띄는 번호판이 어느 것인지도 확인해 보자.

 

김필수(대림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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