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9년1개월 만에 처음으로 920원대가 무너지면서 경기도내 여행업계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0일 도내 여행업계에 따르면 환율이 급락하면서 연말이나 겨울방학을 이용해 예전보다 싼 비용으로 해외여행과 신혼여행, 어학연수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문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들어서는 여권을 신청한 뒤 보름이 지나야 발급받을 수 있고 겨울 성수기 비행기표도 이미 매진된 상태다.

수원지역 A여행사 관계자는 “전년 동기 대비 고객 수가 20∼30% 가량 늘었다”면서 “일본 여행의 경우 항공·숙박만을 여행사가 책임지고 나머지는 개인이 현지에서 알아서 쓰는 자유 여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전보다 무려 10~20%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B여행사 관계자도 “50대 이상에서는 4박5일 일정의 중국 여행 열풍이 불고 있으며 3박5일, 4박6일 일정의 동남아 여행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최근 환율하락에다 겨울방학 성수기가 겹쳐 이번 겨울을 싼 값에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년에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자영업자 최모(45·수원시 영통동)씨는 “가족들의 연말 여행지로 해외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올 겨울에는 주위사람들 상당수가 간다길래 큰 맘 먹고 결정했다”면서 “환율이 최근 계속 떨어져 이번 만큼 해외여행하기 좋은 시절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겨울철은 골프 등으로 국내 여행객들의 주요 여행 대상지인 동남아와 중국 등은 달러베이스 계약이 많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등으로 향하는 항공기의 좌석 점유율도 최근 거의 10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업계는 전주 대비 방문자수가 2배 가량 증가해 여름철 성수기 못지않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본격적인 연말시즌 예약은 12월 중순이 돼야 윤곽이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서는 원화나 달러로 결제하는 동남아, 호주, 미주지역으로의 여행객 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