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는 그 부자를 만나 약조를 받고는 처녀를 찾아 마침내 땅 밑 깊은 속에 뚫린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 광장의 어마어마하게 큰 집에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나타났다.
그녀가 바로 잡혀온 부잣집 딸이었다. 처녀는 물을 긷다가 물에 비친 선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선비는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같이 달아나자고 했다. 하지만 처녀는 자신을 잡아온 게 황금돼지 모양을 한 괴물인데, 그놈이 살아있는한 달아날 수 없다고 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틈을 타 칼로 괴물의 목을 쳤다. 그러나 떨어진 머리는 자꾸만 목에 다시 달라붙곤 했다. 이에 처녀가 부엌에서 재를 가져와 목을 벤 자리에 뿌리자 괴물의 머리는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선비는 처녀를 그녀 아버지에게 인도하고 약조대로 사위가 되어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옛부터 전해져 오고 있는 황금돼지 이야기는 재를 뿌리는 지혜와 노력하는 자만이 부를 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황금돼지 해를 맞은 올 해 이를 교훈삼아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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