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 가난한 선비가 몇 번 과거를 보았으나 계속 낙방한 다음 마음을 새롭게 고쳐 먹고 다시 과거 보러 길을 떠났다. 길가던 어느 날, 한 마을 어귀 주막에서 “뭣엔가 잡혀 간 내 딸을 찾아오면 누구든 사위로 삼고, 전 재산의 절반을 주겠노라”라고 한 방(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글)을 보았다. 마을의 제일 가는 부자의 방이었다.

선비는 그 부자를 만나 약조를 받고는 처녀를 찾아 마침내 땅 밑 깊은 속에 뚫린 넓은 광장에 다다랐다. 그 광장의 어마어마하게 큰 집에 처녀가 물동이를 이고 나타났다.
 
그녀가 바로 잡혀온 부잣집 딸이었다. 처녀는 물을 긷다가 물에 비친 선비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선비는 앞뒤 사정을 이야기하고는 같이 달아나자고 했다. 하지만 처녀는 자신을 잡아온 게 황금돼지 모양을 한 괴물인데, 그놈이 살아있는한 달아날 수 없다고 했다.
 
선비는 안으로 들어가 틈을 타 칼로 괴물의 목을 쳤다. 그러나 떨어진 머리는 자꾸만 목에 다시 달라붙곤 했다. 이에 처녀가 부엌에서 재를 가져와 목을 벤 자리에 뿌리자 괴물의 머리는 바닥에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선비는 처녀를 그녀 아버지에게 인도하고 약조대로 사위가 되어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한다.
 
옛부터 전해져 오고 있는 황금돼지 이야기는 재를 뿌리는 지혜와 노력하는 자만이 부를 누릴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황금돼지 해를 맞은 올 해 이를 교훈삼아 한 해를 보낼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다. 〈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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