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유통시장의 개방은 도시구조의 틀을 뒤흔들었다.

 
지역 곳곳에 위치한 재래시장이 외국계 업체와 대기업 중심의 대형 할인매장에 밀리며 위축됐고 상인들 입에선 한숨만이 가득한 실정이다.

 
이는 반대로 그 동안 재래시장이 안고 있던 문제점에 대한 고찰과 종합적인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할인매장 못지않은 쾌적한 쇼핑문화의 도입은 물론 질 좋고 값싼 상품의 취급, 무엇보다 각 시장별 특색있는 아이템을 개발, 차별화된 전략을 꾀하고 있다.

 
현재 인천지역의 경우 종합어시장 및 농산물시장 등 전문시장 3개소와 일반시장 39개소, 5일장으로 열리는 강화 길상시장 등 총 45개소의 시장이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경기침체 및 대형 유통매장과의 경쟁에 밀려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에 본보 지면을 통해 매주 1개소의 재래시장을 탐방, 그들 삶의 애환 및 모습을 살펴보려 한다. 아울러 각각 시장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쇼핑 문화도 소개할 예정이다.

 
할인매장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재래시장 상인들에게 이번 기획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 신포시장 전경
인천 최초의 근대적 상설시장 -신포시장-

◇신포시장의 유래
 
인천시 중구 신포동에는 다른 지역에서처럼 5일장 같은 일반적인 정통 정기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

 
향토 사학가 이종복(터진개 문화마당 황금가지 대표)씨는 “신포동은 인천개항(1883년)과 더불어 `터진개’(바다로 통하는 냇가를 부르는 순 우리말), `탁포’ 등으로 불리다가 일본식 지명인 신정(新町)에서 현재의 신포로 변했다”며 “당시 개항에 따른 인구 증가로 수산물 소비량이 급증하며 `인천공동어시장 조합’이 최초로 결성된 것이 신포시장의 근원이 됐다”고 한다.

 
1885년께 어물 객주 정흥택이 중구 내동 옛 신포슈퍼마켓 자리에 한옥으로 생선전을 차린 것이 중국인들의 푸성귀전과 합쳐지며 지금의 시장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5일장이 발전해 상설시장이 되는 반면 신포시장은 형성단계부터 근대적 면모를 갖춘 상설시장으로 탄생한 계기가 됐다.

 
그래서일까 현재의 신포시장엔 각종 건어물을 비롯해 20여 개의 선어 횟집이 중심부에 위치, 시민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여기에 지난 60~70년대 조성된 신포동 특유의 문화예술이 녹아내린 분위기와 80년대를 이끈 패션의 거리에 힘입어 시장을 둘러싼 거리 곳곳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신포시장 구석구석 둘러보기
 
경인전철 동인천역에서 걸어서 5분여 거리에 위치한 곳이 신포시장이다.

 인근 자유공원과 차이나타운, 패션 1번가 신포문화의 거리, 답동성당의 중심부에 있는 곳이 신포시장이다.
 
대로변에서 바라본 신포시장은 그저 평범한 동네 재래시장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시장안의 풍경은 다른 재래시장의 그것과는 무언가 다른 모습이다.
 
우선 그다지 크지 않는 규모에도 불구하고 즐비한 분식집 및 횟집이 그것이다.
 
또 상대적으로 적은 야채 및 청과류 매장이 특이하다.
 
특히 시장의 중앙에 위치한 30여 곳의 옷 수선집이 시선을 잡는다.
 
의구심을 뒤로 한 채 신포시장의 반대편, `인천의 명동'이라 불리우는 내동 방면에 도착하면 이 모든 궁금증이 해소된다.
 

▲ 신포시장의 의류 상점
패션1번가답게 이곳엔 크고 작은 유명 브랜드 의류매장에서부터 좀처럼 찾기 힘든 고즈넉한 분위기의 커피 전문점이 즐비하다.
 
시장 자체의 상품보다는 이곳(신포문화의 거리)에 쇼핑을 나온 시민들을 흡수하기 위한 공생(?)의 법칙을 터득한 것이다.
 
젊은층을 겨냥한 각종 분식집이 발전했고 옷 수선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시장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먹을거리와 입을거리를 중심으로 시장 특화 사업을 진행했다”며 “신포시장에 오면 다른 곳에선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먹을거리가 준비돼 있다"고 한다.
 
우선 시장 초입에 위치한 닭강정 전문점이 눈에 띈다.
 
땅거미가 내리는 저녁 즈음이면 어김없이 줄을 서야 겨우 닭 한 마리 살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 신포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산 선어 횟집
자연산 선어를 취급하는 횟집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10여 곳이 성업 중인데 시는 이곳의 거리를 특화, 마치 항구에 나온 듯한 인테리어를 연출했다.

 
저렴한 가격에 한 끼 식사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칼국수집도 신포시장의 명물이다.

 
업소별로 20~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장 일대 칼국수 집(일명 칼집)은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고등학생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여기에 전국적 체인점으로 유명한 `신포우리만두’의 원조가 시장 안에 있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 없다.
 
최근엔 `신포순대’가 연수구 연수동에 직영점을 내며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들 모두 신포시장을 대표하는 먹을거리다.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의 역사가 오래되면서 옛 향수를 못 잊는 단골 손님들이 음식점을 중심으로 모이며 자연스럽게 먹을 거리 문화가 형성됐다”며 “주차 공간의 확충 및 고객 서비스 등에 대한 방안이 마련되면 인천 최고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만은 빼놓지 말자

▲ 신포시장의 명물이자 인천의 명물인 신포우리만두
▶신포우리만두 = 국내는 물론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등 200여 개가 넘는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신포우리만두의 원조를 만나는 일은 인천시민에 있어서 큰 축복인지 모른다.

 
지난 1971년 3평 짜리 만두가게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외식문화의 한 획을 그은 신포우리만두는 인천의 자랑이자 신포시장의 산 증인이다.

 
지금도 본점은 신포시장 끝자락에서 성업 중이다. 만두와 함께 매콤한 고추장 소스가 일품인 쫄면이 단골 메뉴다.

신포문화의 거리에서 시장 방향으로 들어서는 진입로 입구에 위치해 있다.
 
▶신포순대 = 신포우리만두와 나란히 자리잡고 있는 신포순대.
 
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신포순대는 국내 토종 순대만을 이용해 업소만의 노하우로 제작, 식탁에 올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순대의 대표격인 국밥 및 수육은 물론 젊은층의 입맛을 겨냥한 볶음요리, 술안주로 제격인 전골까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메뉴만 10여 가지나 된다.
 
여기에 가격도 저렴해 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포순대는 최근 인천시 연수구 연수동에 직영점을 개설하는 등 체인점 사업에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밥 5천 원, 수육 및 전골 1만~2만 원.
 
▶칼국수집 = 인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닌 7080세대라면 신포시장 골목길을 누비며 칼국수 한 그릇 먹었던 추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윤발 주연의 홍콩영화를 보며 먹던 칼국수의 맛은 아직도 골목 어귀마다 생생하게 남아있다.
 
현재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중·고등학생들이 주 고객층인 칼국수 골목엔 당시의 맥을 잇고 있는 10개 업소들이 성업 중이다.
 
신포우리만두 옆 작은 골목, 막다른 곳 같은 길을 용기있게 진입하면 칼국수 집을 만날 수 있다.
 
칼국수 3천 원, 수제비 3천 원.
 
▶닭강정 = 신포시장 정문. 동인천역에서 대로변에 위치한 곳으로 진입하며 쉽게 닭튀김 전문 업소를 찾을 수 있다.
 
2개의 업소가 나란히 마주보며 영업을 하고 있는데 어느 곳이라 할 것 없이 유명한 곳이다.
 
양측 모두 3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으며 여러 차례의 TV출연으로 인천시민은 물론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닭강정이야 여느 업소와 별반 차이가 없지만 이곳이 이렇게 유명한 건 특유의 매콤한 소스와 고소한 땅콩가루가 어울린 절묘한 조화에 있다.
 
3~4인 기준, 1마리(1만1천 원)이면 넉넉히 먹을 수 있는데 이곳 닭강정 맛을 보려면 기본 20~30분은 기다려야 하는 미덕이 필요하다.
 
▶선어 횟집 = 신포시장 중심부에 들어서면 기존 시장의 모습과는 전혀 색다른 풍경이 나온다.
 
항구를 연상시키는 등대부터 마치 월미도에 나온 듯한 착각에 빠지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중심으로 20여 곳의 선어 횟집이 성업 중이다.
 
인천시는 지난 2003년 재래시장 활성화의 방안으로 흩어져 있던 횟집을 한 곳으로 모으고 주변 환경을 바닷가 분위기로 새 단장하는 등 현재의 횟집 거리를 완성했다.
 
자연산 민어부터 광어, 우럭에 이르기까지 생선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값싸고 싱싱한 맛에 누구나 즐겨 찾는 명소가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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