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없을 것 같던 겨울의 흔적이 사라집니다. 흰 눈에 덮여 잠시 침묵으로 고요했던 산이 기지개를 켭니다. 꼼짝하지 않던 계곡의 물은 재잘거리며 부활을 알려 줍니다. 메말랐던 나무에 파란 물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굶주림에 허덕이던 산새들이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폅니다. 철 없는 산짐승들도 이젠 자유를 찾습니다. 그곳에 산이 있습니다. 사람은 그곳에 있는 산을 오릅니다. 산은 해빙과 함께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일상의 권태로움과 피곤함을 접어두고 산을 찾아 떠납니다.

◇해빙기의 산행 준비
 
흔히 2월 하순부터 땅이 풀려 나무를 심기 시작하는 4월 초순까지를 해빙기라고 한다. 이때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몸살을 앓는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산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의 고단함을 산에서 위로받고 싶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산에 오르다가는 큰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

해빙기라고는 하지만 아직도 낙엽 아래와 그늘진 곳에는 녹다 만 눈이 얼음으로 남아 복병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1천 m 이상의 높은 산을 기준으로 할 때 산 아래는 포근한 봄이지만 5부 능선만 넘어서면 아직도 겨울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날씨 역시 변덕스럽다. 산 아래는 비가 오지만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눈보라가 몰아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산 역시 해가 잘 드는 양지쪽은 이미 봄의 향기가 물씬 풍겨오지만 음지쪽은 아직도 겨울이다. 아무런 준비 없이 산을 찾았다가는 저체온증으로 인한 사망 등 큰 재앙을 겪을 수 있다. 오히려 해빙기와 봄 산행이 겨울 산행보다 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고 보면 된다. 그만큼 해빙기 산행은 어렵다.

   
 
   
 
◇해빙기 산행의 주의점

해빙기는 눈과 얼음이 녹는 시기다. 겨울 한철 동안 꽁꽁 얼어있던 땅에 눈과 얼음이 녹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다. 눈과 얼음이 녹는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 낮에는 녹았다가 해가 지면서 다시 얼기 시작한다. 이러한 과정을 수십 번 반복해야 산에 있는 눈과 얼음이 녹는다.

특히 같은 날이라도 양지쪽은 이미 녹아 진흙탕 속을 걷지만 음지쪽은 여전히 얼어있다. 등산로의 상황이 1년 중 가장 최악의 시기가 바로 해빙기 때다. 눈은 수차례 녹았다 다시 어는 과정을 되풀이하면서 발이 푹푹 빠지게 만든다. 그만큼 체력 소모도 많다.

높은 산으로 갈수록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에는 많은 눈이 쌓인 경우가 있다. 이때 겨우내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있는 층을 이루게 되는데 이를 구설층이라고 한다. 해빙기가 되면 눈밭의 표층만 녹고 그 아래 구설층은 굳어있는 상태가 된다. 이런 지역은 표층의 녹은 부위가 윤활유 역할을 하고 단단한 구설층이 미끄럼틀이 된다. 해빙기 산행의 부상은 거의 이런 구간을 통과하다 발생한다.

그렇다고 양지쪽도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양지쪽도 낙엽 밑으로 얼음이 숨어있어 자칫 방심하면 미끄러진다. 더군다나 겨울에 흙속의 수분에 붙어 고정돼 있던 돌이 얼다녹다를 반복하면서 땅과 접착력이 떨어지게 만든다. 아무런 생각없이 이러한 돌을 건드렸다가는 낙석의 원인이 된다. 뒤따라오던 사람에게 큰 상처를 일으킬 수 있게 하는 원인이 된다. 낙석보다 더 위험한 것이 낙빙이다. 비탈면에 걸려있던 얼음조각이 균형을 잃고 깨지면서 아래로 구를 경우 낙석보다 더 큰 위험을 초래하게 된다.

해빙기 산행은 겨울과 봄, 가을을 다 겪는 계절로 보면 된다. 1천 m 이상의 고산의 경우 산행 기점에는 비가 오고 5부 능선 이후로는 진눈깨비가 내리다 정상 부근에는 폭설이 내리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조난으로 인한 저체온증이 유발될 수도 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완벽한 장비가 요구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빙기의 장비
 
해빙기 때는 새벽과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있는 상태지만 한낮에는 기온이 영상으로 높아진다. 초심자의 경우 겨울철 장비를 지녀야 할 지 아니면 봄철 장비를 준비해야 할 지를 놓고 고민에 빠지곤 한다.

일단 등산화의 경우 겨울용 등산화를 그대로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질퍽한 산길이나 눈길을 대비해 중등산화가 좋다. 최근 일반인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는 멋스런 목 짧은 릿지화는 눈과 질펀한 산길을 걸을 때 쉽게 물에 젖는다. 목이 짧아 발목 부상을 일으킬 위험이 있어 가급적 피해야 한다.

특히 높은 산의 북쪽 경사면을 오를 때는 많은 눈이 쌓여 있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이때 스패치를 착용하면 보온과 더불어 등산화에 눈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해빙기 산행로가 가장 험악한 이유는 눈과 얼음은 물론 젖은 땅과 마른 땅이 반복해 나오기 때문이다. 마른 산길을 걷다가도 눈이나 얼음길을 걷게 되는 상황을 대비해 미끄럼 방지나 보행 시 균형잡기를 위한 아이젠도 준비할 필요가 있다.

방수·방풍 의류는 사계절 필수 장비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녀야 한다. 그렇다고 해빙기 산행을 혹한의 겨울 산행과 같이 의류도 겨울복장을 할 필요는 없다. 겨울철과 달리 양지쪽 등반 때는 많은 땀을 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체온 조절을 위해 체온이 오르기 전까지는 긴팔의 등산복에 조끼나 플리스재킷을 입고 운행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체온이 오르고 땀이 나기 시작하면 옷을 차례로 벗으면 된다. 물론 휴식 때 땀이 식으면서 추위를 느낄 경우 다시 조끼 등 겉옷을 입으면 된다.

변덕스런 날씨를 대비해 장갑과 모자는 항상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는 눈이나 진눈깨비를 대비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해빙기 산행은 해가 길어지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등산로 상태로 인해 평소 산행 시간보다 지연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해드랜턴이나 랜턴을 지니는 것도 조난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해빙기는 계곡에 물이 마르고 낙엽과 나무에 습기가 적어 건조한 상태가 된다. 따라서 산불에 조심해야 한다. 산은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하는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축령산

▶높이 : 879m
▶위 치 : 남양주시 수동면 외방리
▶산행시간 : 3시간30분~4시간30분

▲ 축령산 약도 ▶제1코스(3시간~3시간30분) : 관리사무소~남이바위~정상~절고개~관리사무소

▲ 축령산 약도 ▶제2코스(3시간~3시간 30분) : 외방리~수래넘이 고개~주봉~절고개~전지라골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 남짓 걸리는 축령산은 철마다 그 모습을 달리한다. 대부분의 산이 자신만의 색깔을 갖고 있지만 유독 축령산은 자신만의 모습에 자신감을 드러내는 듯한 산이다. 축령산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잣나무와 소나무로 뒤덮인 모습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남이장군의 전설이 깃든 남이바위, 독수리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독수리바위 등의 기암은 축령산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가평 8경 가운데 축령백림이 이 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수도권 어느 지역에서나 당일 산행이 가능한 축령산은 그 만큼 산행 코스도 다양하다. 축령산은 수도권에서 가깝고 산 모양도 수려하지만 인근에 천마산을 비롯해 운악산 등이 자리잡고 산행 인구를 유혹하고 있어 이들 산에 비해 비교적 한산한 편이다.

정상은 암봉으로 이뤄져 있으며 정상에서 전자동 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은 전망이 뛰어나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힘든 산행이 아니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구간이다. 수년 전 축령산 기슭에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어 가족 나들이로도 안성맞춤이다.
 
잣나무 숲으로 유명한 축령산은 해방 전 이 일대 주민들이 산자락에 작은 묘목을 심은 것이 7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르면서 울창한 잣나무 숲을 이루게 됐다. 가족들이 함께 찾을 수 있는 자연휴양림에는 현재 통나무집과 야영장, 취사장, 어린이 놀이터, 물놀이장, 전망대, 휴게소, 잔디광장이 조성돼 있다. 여기에 작은 폭포들이 이어진 두멍안공 계곡의 풍경 또한 등산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이렇듯 풍광이 뛰어난 축령산의 등산 코스는 두 코스로 분류된다. 우선 전자동에서 산행 출발을 시작해 보자.

이곳에서부터 산행에 들어가면 전지라골을 타고 억새군락이 있는 고개로 올라서게 된다. 다소 완만한 구간인 데다 등산 코스가 잘 다듬어져 있어 어렵지 않게 축령산 정상에 이르게 된다. 축령산 정상을 지나 남이바위와 독수리바위가 있는 능선을 운행하면 최초 출발했던 전자동으로 내려가는 탈출구가 나온다. 산행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자들은 여기서 하산하기를 바라지만 조금이라도 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상산으로 전진한다. 그러나 이 구간은 축령산을 상징하는 잣나무 숲을 볼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축령산을 상징하는 잣나무 숲을 경유하기 위해서는 전자동과 정 반대의 코스를 찾아야 한다. 가평군 상면 임초리를 산행 출발점으로 잡으면 된다. 관리사무소의 벤치 등 편의 시설이 있는 휴양림을 벗어나게 되면 갈림길이 나온다. 어느 산행로를 선택하던 간에 상관없지만 왼쪽으로 비스듬히 나 있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좀 더 편안하다. 특히 이 길로 들어서면 능선 초입에 있는 샘터가 나온다. 여기서 마시는 물맛은 여느 물맛하고 비교할 수 없다.

등산로에 깔려있는 바위는 비교적 험하지 않아 초보자라도 손쉽게 오를 수 있다. 어느 정도 숨이 차오를 때 쯤이면 독수리바위가 눈에 띈다. 주로 바위로 이뤄진 이 코스에서 30여 분간 진행하면 남이장군의 전설이 깃들어 있는 남이바위를 만나게 된다. 축령산의 백미(白眉)가 잣나무라면 남이장군 바위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경은 백미 중의 백미라 할 수 있다.

남이장군에서 바로 발밑에 있는 외서면 산골마을이 눈앞에 잡히고 멀리로는 마석읍내가 보인다. 여기서부터 정상까지는 칼을 세워 놓은 것 같은 암릉 구간이다. 오른쪽 급경사 지역을 선택해 스릴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왼쪽으로 나 있는 등산로를 따라 전진하는 것이 좋다. 30여 분간의 정상 탈환을 위해 가쁜 숨을 내쉬면 태극기와 돌탑이 있는 정상을 만나게 된다.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저 멀리에 있는 운악산과 청우산, 천마산, 철마산, 은두봉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눈앞에 펼쳐지는 장관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흙길로 이뤄진 하산로는 경사가 심한 데다 매우 미끄럽다. 하지만 이곳의 토양은 너무 부드러워 냄새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어렵사리 30분 정도를 내려오면 절고개를 표시하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여기서 골짜기로 접어들면 본격적인 잣나무 숲을 보게 된다. 잣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도심 속에서 찌들렸던 온갖 것들을 한순간에 날려 보내준다. 삼림욕의 신선함이 그대로 몸속에 전달되는 느낌을 갖고 산행을 마치게 된다.

#귀목봉(북봉)

▶높 이 : 902m
▶위 치 : 가평군 북면·하면
▶산행시간: 5시간30분~6시간

▲ 귀목봉 약도 ▶코 스 : 너른들유원지~합수점~지능선~임도~정상~남릉사거리 안부~668봉 삼거리~2단 폭포~임산계곡~논남 버스종점

귀목봉 북봉은 가평군 북면 적목리 논남마을과 하면 상판리 귀목마을의 경계를 이루는 귀목봉(1천36m)에서 북쪽으로 1.5m 거리에 위치한 산이다. 귀목봉은 산 남쪽에 있는 상판리에서 오르내리지만 이 북봉은 북쪽 적목리 논남마을에서 오르게 된다.

가평에서 북쪽으로 30여 m 떨어진 귀목봉은 명지산과 화악산 사이에 있는 외진 곳이지만 귀목봉 북사면은 그 중에서도 오지로 꼽힌다. 지난 1985년 9월 환경부가 청정구역으로 지정할 만큼 태고의 자연림과 오염되지 않은 천혜의 지역이기도 하다. 그 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특히 적목리 일대는 등산객들조차 발길을 옮기지 않아 깊은 산중에는 주목과 백양나무, 물푸레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등이 빽빽이 들어서 있기도 하다. 여기에다 더덕과 고사리, 두릅, 미나리, 곰취 등 온갖 식물이 산재해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아직 사람들의 때를 타지 않은 탓에 새벽녘에는 멧돼지와 다람쥐, 오소리가 출몰하기도 하고 멸종 위기에 있는 살모사도 나타나기도 한다.

귀목봉 북봉 산행이 시작되는 논남 종점에서 강씨봉 방면으로 나있는 군도로 진행해 20분 정도 가면 4~5채의 민박집이 오밀조밀 붙어있다. 민박집 맨 끝에 있는 지점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능선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능선에서 40여 분 정도 진행하면 6·25 당시 깊게 파여진 참호가 나타난다. 참호를 넘나들며 참호 길을 따라 10분 정도 오르면 귀목봉 북봉 정상에 이르게 된다. 귀목봉 정상에서 보이는 풍경은 인근 명지산과 화악산 자락은 물론 드문드문 형성된 마을에 있는 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가 등산객의 향수를 자극한다.

귀목북봉 남릉 사거리 안부에서 서쪽 강씨봉 방면 계곡길을 이용해 논남 기계곡 상류에 이른 다음 논남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운행하는 하산 코스도 나름의 운치를 더해 준다.

 

 (※ 본 기사는 3회에 걸친 백두대간 종주와 13대 정맥을 지난 1999년부터 8년간 정기적으로 종주하고 있는 코뿔소산악회 이조 대장의 조언을 참조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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