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5일 한미 FTA 협상내용에 대한 면밀한 평가작업과 함께 피해 예상분야의 대책마련에 본격 착수했다. 주요 정당·정파는 이날부터 평가단을 가동해 협상결과를 분석평가, 국회 비준동의안 처리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정부의 피해계층 지원방안 수립 과정에서도 현장조사 활동을 통해 민심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한나라당 내 국회 농해수위 위원장인 권오을 의원 등 FTA에 반대하거나 유보적 입장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33명의 `한미 FTA 피해조사 및 대책특위'는 이날 첫 회의를 개최하고 `선(先) 대책, 후(後) 비준' 원칙 아래 `발로 뛰는' 특위활동을 다짐했다. 특위는 이를 위해 향후 수주간 농민, 중소기업, 서비스업, 제약회사 종사자와 노동단체 관계자들을 만나 FTA 협상 체결시 피해정도를 현장 위주의 활동을 통해 파악해 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당내에 FTA 찬성론자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미 FTA 평가단도 자체 활동을 전개하면서 평가 및 대책 수립작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어서 FTA 비준과정에서 당내 갈등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권오을 위원장은 회의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 당론이 찬성인양 잘못 알려졌는데 절반은 찬성하고 나머지는 반대 또는 유보 입장”이라며 “이번 특위는 사실상 FTA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공식적인 당내 세력화의 전초작업에 나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오직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하고 국민생활 증진과 경쟁력 향상이라는 측면에서 판단하겠다”며 “돌팔매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피해현장을 다니면서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 대책을 강구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에게 의뢰해 전문적인 용역작업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도 이날 오후 김진표 정책위의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한미FTA평가위원회 1차 회의를 개최키로 했다.

 우리당은 수시로 평가위 전체회의, 분과회의, 협상팀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해관계자, 쇠고기·금융·제약·개성공단 관련기업, 주한 미상공회의소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청취한 뒤 5월 초순까지 당에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장영달 원내대표는 “우리당은 FTA 찬반입장을 결정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당 의원들은 한 줄도 빼지 않고 합의내용을 점검·평가하는 임무를 갖고 상임위에서 검증하는 과정을 통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장 원내대표는 비준문제에 대해서도 “제주도 감귤농민부터 시작해 축산업자, 취약산업 종사자들이 압박을 받고, 외환위기 이후 극심한 상태인 양극화가 더 심화될 우려가 있다”며 “합의내용 평가와 보호대책을 함께 보면서 비준문제를 판단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신당모임도 김종훈 협상팀 수석대표를 출석시킨 가운데 협상내용 전반을 보고받고 정부의 피해대책 준비현황 등을 점검한 뒤 이종걸 정책위 의장을 중심으로 한 `FTA 점검단'을 가동키로 했다. 이날 보고 자리에서는 개성공단 등 한반도 역외가공지역 지정문제가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고,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를 사실상 인정받았다는 한국 측과 달리 미 측에서 부정적 시각을 피력한 것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미 측은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공화당쪽 의원들의 우려가 증폭될 경우 비준표 숫자에 지장이 있다는 의미에서 그런 설명을 한 게 아닌가 한다”며 “팩트로 들어가면 역외가공을 인정했고,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조건을 논의키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개성공단 노동조건이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미달해 역외가공지역으로 인정받지 못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개성공단 노동조건은 북한의 어느 지역보다 좋은 상태”라며 “미국이 굉장히 전향적이었다”고 낙관론을 폈다.

 그는 “이번 협상배경에는 최근 6자회담 진전이 반영된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플러스 추진력을 만들고, 6자회담 관련한 미국과의 관계 전반에도 시너지효과를 내자는 의도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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