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기치 못한 운명적인 사랑이 시작된다면, 그것도 사회적으로 용납되지 못하는 사랑이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한미 합작 영화 `두 번째 사랑'(감독 김진아, 제작 나우필름)이 요즘 유행한다는 `불륜'을 소재로 관객들을 찾는다. 하지만 영화는 불륜을 소재로 한 여타 드라마나 영화처럼 상투적이지 않으며 두 주인공의 비틀린 관계를 통해 아직 시작되지 않은 `두 번째 사랑'을 꿈꾸게 한다.

소피(베라 파미가)는 성공한 한국계 미국인 변호사 남편인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와 행복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몇 년째 아이가 없어 가족의 눈치를 살피는 처지다.

인공수정을 결심한 소피는 불임센터에서 남편과 같은 동양인 청년 김지하(하정우)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임신이 가능하도록 일정기간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하자는 위험한 거래를 제의한다. 처음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이 섹스만 하는 사이였지만, 점차 서로의 상처를 보게 되면서 깊이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그리고 얼마 뒤 소피는 임신을 하게 되고, 둘의 관계를 끝내야 할 순간이 온다.

그들은 첫눈에 반하지 않는다. 서로를 둘러싼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각자가 처한 조건, 그러니까 언제든 자신이 속한 곳으로부터 추방당할지 모른다는 현실의 위기감은 서로를 돌아보게 하고 또 사랑의 시작점이 된다.

이들의 사랑은 냉정한 현실적 조건들이 충돌하는 고통스러운 로맨스지만, 영화는 여자의 능동적인 욕망에 무게를 둬 너저분한 현실의 곁가지들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하는 길을 택한다.

또 김진아 감독은 계급과 인종, 또 불륜이라는 사회적 금기를 넘어서는 두 사람의 미묘한 감정을 카메라의 움직임만으로도 탁월하게 표현해낸다.

혹자는 이 영화를 두고 `뉴욕의 한국인' 혹은 `한국인 가족 속의 백인 며느리'라는 설정은 한미 합작이라는 형태가 가져올 수 있는 최상의 소재이며 한국 영화로는 보기 드문 멜로의 감수성을 갖고 있는 영화라고 평했다. 18세 관람가. 6월 2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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