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병상 인천 도시생태·환경연구소 소장

 이어지는 기상이변과 태풍으로 전국의 들판이 제 모습을 지키지 못하는 가운데 추석은 지나갔다. 올 추석상은 안녕했을까. 햇과일과 첫 곡식을 조상님께 드린 후손은 그리 많지 않을 성 싶다. 추석을 맞이할 즈음, 한 언론은 우리의 농협과 수협이 ‘외제 차례상’을 부추긴다는 소식을 보도했기에 이르는 말이다.

 국정감사를 맞아 관련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한 국회의원은 농협과 수협이 외국산 농산물과 수산물의 취급을 늘리고 있다며 언론에 흘렸다. 3분의 1을 외국산으로 채운 수협의 태도와 민영시장보다 수입산을 많이 취급하는 농협의 행태를 지적한 국회의원은 국산 농·수산물 판매 비율을 더 높일 것을 농협과 수협에 요구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그 국회의원은 소비자 대부분이 알고 있는 사실을 새삼 드러냈지만, 이윤에 민감한 농협과 수협이 그 국회의원의 요구에 얼마나 부응할지, 자못 궁금하다.

 7월 말 농협이 전액 출자한 ‘농협무역’에서 미국 쇠고기 369t을 수입한 사실이 밝혀져 전국 농민들의 공분을 샀다. 한미FTA 체결로 위기에 놓인 농민들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광우병이 의심스러운 미국산 갈비도 수입 허용 즉시 들여올 계획임을 천명한 것이다. 계약 조건을 번번이 무시하는 미국의 수출상은 보란 듯이 갈비 통뼈를 섞고, 계약 위반한 쇠고기가 미국으로 돌아가자 적반하장 격으로 미국 국회의원은 뼈까지 수입하라고 언성을 높여 우리 축산농민들이 더욱 민감해 있을 때, 농협이 농민을 외면한 것이다. 탐닉을 위해 농민을 배신한 농협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농민들은 벼르고 있지만, 관성에 젖은 농협은 농민의 고통을 얼마나 헤아리려 들까.
 주미한국대사가 추석 전까지 뼈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재개될 것으로 예상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30개월 미만의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고 비과학적으로 주장했다. 국제수역사무국에서 미국을 광우병 위험 통제국으로 분류했고 자국 소에 ‘육골분’이라 칭하는 소 도축 부산물을 30개월 전부터 먹이지 않았다는 미국의 주장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어떨까. “국제수역사무국 기준은 절대 기준이 아니라 우리가 참고하는 것”이라는 전 농림부장관의 발언과 관계없이, 국제수역사무국은 미국에 광우병 소가 없다는 걸 증명한 게 아니다. 관리 능력을 인정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광우병이 자주 발생되는 미국은 있는 관리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석해야 옳다. 왜? 자국 자본의 이윤을 위해!
 고소·고발이 유난히 많은 미국에서 자료가 왜곡된 책을 발간하면 출판사와 저자는 배상액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런 미국에서 인간 광우병 환자가 치매로 위장되고 있다고 주장한 책이 발간되고, 우리말로 번역됐다. 콤 켈러허가 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고려원북스)이 그것으로, 현직 의사인 저자는 미국에서 최근 30년 동안 치매로 사망한 자국인이 무려 8천900%나 증가했다고 고발한다. 현재 소 육골분이 미국에서 더 큰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소 육골분을 돼지나 애완동물의 사료로 가공하고, 그 사료를 먹고 죽은 가축을 가공해 다시 소에게 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광우병 위험요인은 더욱 확산된다고 과학적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주의를 당부한다.

 끔찍하게도 '농협무역'은 미국 쇠고기를 국군장병의 식탁에 저렴하게 올리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주부나 영양사는 가정과 학교에서, 그리고 회사에서 광우병 요인을 피할 수 있다. 의식 있는 소비자도 미국산 쇠고기를 외면할 수 있다. 한데 군인이라니. 60세 이하의 치매환자가 늘어나는 이때, 메뉴를 선택할 수 없는 장병에게 미국산 쇠고기를 제공하겠다니. '농협무역'은 국토방위는 물론 내일을 위협하는 셈이다.

 차례상만이 아니다. 조상의 얼과 문화를 온전히 내일로 이으려면 식탁의 안전을 우리가 지켜야 한다. 외국산 농축수산물을 안보 차원에서 피해야 하며 특히 광우병 위험성을 가진 미국산 쇠고기를 최대한 먹지 않아야 한다. 내일을 이을 젊은이를 위험에 몰아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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