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규 양주시 문화재담당
 문화(文化)의 사전적인 의미는 “인지(人智)가 깨어 세상이 열리고 생활이 보다 편리하게 되는 일” 또는 “철학에서 진리를 구하고 끊임없이 진보 향상하려는 인간의 정신적 활동, 또는 그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인 성과”를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문화란 이러한 사전적인 의미보다 우리가 생활해 가면서 늘 접하는 것을 문화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미로 볼 때 우리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남기고 간 문화유산이 대표적일 것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한민족의 후예로서 문화유산을 아끼는 마음이 각별한 국민들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위해 사유재산 행사에 큰 제약이 수반될 때에는 그 십자가를 기꺼이 짊어질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바로 문화재 행정의 어려움이 여기에 있다. 경제적 성장은 현실적 삶의 재생산을 위해 불가피하며, 그러한 경제성장은 점차 더 많은 국토 이용을 필요로 한다. 문화재 가운데 대부분은 선조들의 역사와 함께 이 땅의 곳곳에 남아 있으므로 새로운 국토 및 지역개발은 곧 땅 아래 남아있는 매장문화재의 희생을 수반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지역개발과 문화재의 보존이 양립해야 함은 물론이나 현실은 말처럼 쉽지가 않다.

 사실 지난 50여 년간 경제성장을 위한 국토 및 지역개발은 무차별적인 자연파괴와 문화재 파괴를 가져왔다. 생태계의 파괴는 인간의 존립에 심각한 위기를 던져주고 문화재의 파괴는 민족정신의 말살을 의미한다. 다행히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환경친화적 개발로 바뀌고 있으나 역사적 문화환경(문화재와 그 주위의 자연경관) 파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현재 어떠한 개발행위 시 환경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에 미칠 영향을 계획수립단계에서 사전에 검토되지 않고 입지선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해당사업 수행 시 불필요한 비용을 지불해 오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차단하는 사전 예방적 측면보다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사후처리적 측면의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자원의 환경영향 평가에 문화재전문가나 관련 분야를 전공한 참여가 없으며 거의 대부분 평가용역회사의 비전문가 직원이다. 따라서 환경영향평가가 문화재 보전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우선 계획수준에서부터 문화재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해 입지대안이나 토지이용계획의 대안이 수립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양주시는 2003년 도·농 복합시로 승격하면서 회천동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많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규모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사업들이 원만하고 원활히 추진되기 위해서는 앞에서도 제기했듯이 문화재 보존과 활용 측면을 충분히 검토해 나갈 때 개발과 보존의 영원한 딜레마를 다소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진다.

 얼마 전 일본 북해도를 포함 3차례의 해외 여행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문화재 업무를 담당하기 이전에는 깊이 생각지 않았으나 여행지라는 곳이 대개 어디인가? 특정한 목적을 가진 연수가 아닌 이상 그 나라의 민족성과 역사성이 깃든 문화유산, 자연경관이 아름다운 곳 등을 관람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지 않는가? 이는 바로 여행한 그 나라 고유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양주시는 무엇으로 세계인에게 알려질 수 있을까? 천혜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산업시찰지역인가? 이 모두 해당이 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그것은 전통문화가 아닌가 싶다. 규모나 문화유적 분포에 있어 우리나라 최대의 회암사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2호인 별산대놀이 등 많은 유·무형문화재가 산재해 있는 곳이 양주시다. 회암사지에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배우고, 별산대놀이를 보며 대한민국의 민족성을 느끼게 하는 것만이 세계인을 향해 양주시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문화를 알리는 길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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