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넨의 고립국이론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운송비는 거리가 멀수록 비싸진다. 이와 관련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이동거리를 가능한 한 줄임으로써 영양 및 신선도를 극대화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출발한 운동이 로컬 푸드(local food)운동이다. 한마디로 로컬 푸드는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영국의 ‘로컬푸드’,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은 현재 정착단계에 와 있고, 미국 뉴욕주의 경우, '100마일(약 160km)' 이내 농산물 먹기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운동의 원조는 바로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사상이었지만 경제개발과 농촌붕괴, 기업중심의 사회관과 급변하는 세계화 추세에 밀리고 마치 촌스런 문화처럼 치부된 지 오래여서 최근에 자주 얘기되는 지산지소와 로컬푸드 운동에 관심이 더 집중되는 것 같다.

            신토불이 사상이 로컬푸드운동의 원조

 이는 그동안 농업이 글로벌화, 표준화되면서 대부분의 먹을거리를 전 세계의 몇몇 장소에서 재배하고, 몇몇 종류의 종자로 심으며, 몇몇 기업들이 통제함으로써 지구촌 식량체제에는 가히 재앙을 불러올 만큼 다양한 문제가 발생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우리의 경우를 들여다보면 흔히들 ‘웰빙’이다, ‘로하스’다 하면서 잘먹고 잘살 수 있는 방법의 연계선상에서 전략적인 대안으로 ‘로컬 푸드’를 말하고 있다. 반경 50km 이내의 산지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는 일은 식품의 안전과 환경보전, 에너지절약은 물론, 지역의 농업과 경제가 지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운송비의 경우, 생산물이 이동한 총거리를 따져야 한다. 예를 들면 전남 화순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서울 가락동 농산물도매시장을 거쳐 다시 전남 화순으로 오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총 이동거리가 약 600km가 된다. 이런 경우 한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농산물 유통의 대부분이 이렇게 되고 있다.

 물론 현대 사회는 운송시설(기관)망의 발달로 더 이상 운송비 감소가 입지 선택의 절대적인 요인이 아닐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원래 원가가 800원인 사과가 있는데 이것이 10km 운송하면 200원의 운송비가 발생된다고 하자. 즉 전체가격이 1천 원이니까 그중 20%가 운송비다. 그런데 사과 운송 차량이 100km 이동할 경우, 운송비가 2천 원 발생되느냐면 꼭 그렇지는 않다.

 만일 나에게 “10km 지점 단거리 운전을 10회 할건지, 아니면 100km 지점 장거리 운전을 1회 할건지”를 제안해온다면 반드시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 왜냐하면 10km 운전해서 100원씩을 10회 받는 것 하고, 100km 운전해서 단번에 1천 원을 받는 것 하고는 다르다. 10km 거리를 10번 운전하면 짐을 10번 싣고 10번 내려야 하겠지만, 100km 지점은 거리만 10배지 물건 한 번 싣고 한 번 내리면 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이동은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를 소모한다. 즉 목적지에 도착해 음식의 에너지로 제공되는 것보다 수십 배나 더 많은 화석에너지를 운송과정에서 소모하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을 벗어난 진정한 로컬

 2011년이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가량이 수도권에 몰려 살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먹을거리가 있는 곳으로부터 떨어져 살게 되고, 그에 따라 먹을거리도 이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지속가능한 발전'이 보장될까. 로컬푸드의 타당한 이동거리는 서구에서는 일반적으로 반경 100km 이내를 말하는 반면, 우리의 경우 반경 50km 이내로 정의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반경 50km, 100km 이내의 ‘로컬’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거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진정한 로컬 푸드는 식품과 지역을 연계시킬 수 있는 사회문화적 요인, 식품과 지역 간의 연계에 의해 얻을 수 있는 마케팅 측면의 유리성, 지역경제의 사회경제적 네트워크 형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중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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