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어느 곳을 보더라도 은밀한 만남은 있다. 성인들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끼리도 무리 짓고 그들만의 만남을 즐긴다. 은밀한 만남을 즐기는 무리들은 그들의 만남이 알려질까 전전긍긍 한다. 직장에서는 부하직원은 부하직원대로, 간부는 간부대로 그들만의 은밀한 만남을 즐긴다.
 중국의 현자인 공자(孔子)는 “소인배들은 그늘진 곳에서 무리 짓기를 좋아한다”며 정당하지 못한 은밀한 만남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은밀한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정당하지 못한 결론을 피하라는 가르침이다. 은밀한 만남을 통해 숱한 일들이 만들어진다. 은밀한 만남의 자리에서 그들만의 좋은 결과가 나온다 하더라도 이는 하나의 폭력이며 사회악이 될 수 있다. 공개되지 못하거나 공개되기를 꺼려하는 만남에서 나온 결과는 순수하지 못한 주제를 전제하고 있다. 설령 건전한 주제를 가지고 건전한 결과를 도출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의혹을 갖는다. 과정이 불손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만남은 은밀할 수 있다. 처녀총각이 만나는 것은 물론 연인간의 대화는 은밀하다. 그들의 숨겨진 마음을 주변 사람 모두에게 공개하기에도 쑥스럽다. 자신의 연인을 공개할 수는 있지만 그들이 주고받은 숱한 대화를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 그들만이 누려야 하는 권리다.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은밀한 대화가 허용되는 경우다.

 하지만 요즘 어느 남녀 간의 은밀한 만남이 나라 전체를 흔들고 있다. 출세를 위해 숱한 거짓말을 늘어놓는 미모의 여성과 그 여성을 비호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휘둘렀던 고위 공직자. 거미줄처럼 엉킨 은밀한 만남의 결과가 정치권은 물론 공직사회와 소시민들에게 끼치는 후유증을 생각하면 어지럽기만 하다. 〈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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