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0월 2일)이면 대한민국 노무현 대통령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역사적인 만남을 갖고, 민족 장래를 논의하게 된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흘간 나눌 주요 의제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북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남북 공동번영, 화해 및 통일 등을 주요 의제로 올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며칠 동안 남한 내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보다는 노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이 주요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아리랑 공연은 연인원 10만 명이 출연하는 집단체조로, 2002년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 행사를 기념해 공연됐으며 일제강점기 항일무장투쟁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카드섹션과 집단체조 등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백종천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27일 춘추관 출입기자들에게 실시한 최종 브리핑에서 “북한의 아리랑 공연 관람 요청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그 이유로 “손님으로서 초청 측인 북측의 처지를 존중할 필요가 있고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공연관람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은 1992년 기본합의서를 통해 상호체제를 존중하기로 했고 국민의식 수준도 발전해 아리랑 관람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판단했다”며 ‘초청자’의 제의를 받아들이는 것이 외교상의 관례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초 창작에 비해 정치적 색채는 많이 완화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북한의 통치 정당성과 체제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만든 작품을 국군 통수권자 등이 관람하기에는 국민 정서상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비등하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법을 적용·집행해야하는 검찰의 처신 또한 난처하게 됐다. 검찰은 공연 관람과 관련, 사회주의체제 선전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사상문제에 휘말릴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국가원수의 통치행위로만 치부하기에는 국민의 정서와 법감정에 비춰 볼 때 현재로서는 무리라는 의견을 여러 차례 개진했으나 청와대와 통일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히 북측이 공연 내용 중 민감한 부분을 일정 부분 수정하겠다는 의사를 표했다고 한다. 논란의 소지가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의 각별한 주의를 기대할 뿐이다. 왜냐하면 아리랑 공연 관람 외에도 우리 민족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중요 의제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2007년 남북정상회담’은 첫 정상회담 때와 같은 설렘과 환희는 없더라도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우리 민족장래와 한반도 안정의 기틀을 다질 여전히 중요한 회담이다. 그러나 최근 남한사회의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아 있는 듯하다. 그 이유에는 통일정책에 대한 방법론을 두고서 정치권 등이 통일을 국내 정치 문제로 환원시켜 자신들의 당리당략이나 이념에 덧칠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논의과정 및 구조에도 영향을 미쳐 ‘남북 간 갈등’을 넘어 이른바 ‘남남갈등’으로 나타나 통일정책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있다. 아리랑 공연 관람이 더 이상 ‘남남갈등’의 불씨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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