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이 부녀자를 납치한 뒤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거나 출근길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다 적발되는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믿기 어려운 사실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했다. 범인을 검거해야 할 경찰관들의 일탈행위가 이제는 강력범죄 수준으로 만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 크다. 가뜩이나 일부에서는 경찰력이 부족해 체감치안유지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판에 범죄의 경중을 떠나 잇단 비리나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든 용인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이 같은 범죄나 비리로 한 해 평균 300여 명에 달하는 경찰관이 적발되고 있는 사실만 보더라도 그동안 외쳐온 혁신이니 부정부패 차단이니 하는 경찰의 정책이 한낱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과연 그들에게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경찰청이 발표한 경찰관 범죄는 2003년 395건, 2004년 365건, 2005년 276건,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152건 등 해마다 300여 명의 경찰관이 범죄를 저질렀다. 한 예로 추석을 앞둔 지난 20일에는 경기도의 모 경찰서 소속 경찰관이 수 차례에 걸쳐 귀갓길 여성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금품을 뜯어오다 적발됐다. 당시 이 경찰관은 낮에는 양의 탈을 쓰고 경찰관으로 근무하다 밤만 되면, 그것도 수 차례에 걸쳐 성범죄를 저질러 우범지역으로 분류된 지역에서 대담한 범행을 자행해 왔다. 또 다른 서울 모 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도 이 달 초 출근길과 반대방향의 지하철을 타고 성추행하다 현장에서 검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외에도 단속해야 할 성인오락실이나 사채업자 심지어는 마약밀매사범에게서 뇌물을 받는 등 법을 집행하는 직위상 그 어느 직업보다도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경찰관들이 이 정도라는 데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경찰 수뇌부는 가증스럽게 경찰의 청렴 수준이 높다고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다니 한심할 따름이다. 물론 지금도 대다수의 경찰관들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주야를 막론하고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 제출된 자료에서도 보듯 공무원 뇌물수수 행위의 경우 경찰관이 가장 심각하다는 지적이 있고 보면 분명 쉽게 보아 넘길 사안이 아니다. 경찰당국의 뼈를 깎는 자성과 함께 재발방지를 위해 고민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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