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식 인천시 서구체육회 수석부회장
 “내가 바라는 것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목욕할 수 있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날 수 있는 시간과 한 달에 한두 번씩 가족과 어울려 삼겹살이라도 먹을 수 있고 주일이면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번 추석명절에 고향을 가지 못한 작은 영세업체 종업원의 말이다.

 언제까지 못가진자들만 허리띠를 졸라매며 살아야 하는가?
 소박한 말 속에 담긴 이야기는 누구나 누려야 할 생활의 모습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들은 밤낮을 땀 흘려 일해도 먹고 살기 힘들고, 내가 못산다고 사회를 원망하거나 남을 탓하지도 않는 순박한 사람들이다.

 투기할 돈도 없지만 APT투기로 큰 돈을 벌어보겠다거나 부정한 돈으로 호화주택에 살면서 부유층 행세를 하겠다는 생각조차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이다. 작은 회사 종업원이라도 일거리가 많아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고 오래 일할 수 있도록 경제가 좋아지기만 기다린다.

 이번 추석명절을 계기로 제발 조상들이 돌봐주어 못가진자들도 잘사는 세상이 돌아오도록 해주었으면 좋겠다.

 이제 사회그늘에서 고생하며 쥐꼬리만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서민층과 영세민에게는 더없이 우울하고 슬픈 추석명절은 지나갔다.

 조상을 숭배해야 하는 추석명절을 맞아 남들은 백화점이나 대형슈퍼에서 명절선물을 사들고 고향으로 떠나는 것을 보면서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향을 찾지 못하는 그들의 괴로운 심정을 우리는 어떻게 달래주어야 하나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매년 추석이나 명절 때가 되면 평소 도와주신 분들에게 작은 선물을 들고 찾아가 성의를 표시하는 것은 우리나라에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 미풍양속이다.

 그러나 백화점 종업원의 말을 들어보니 올해에도 고가의 선물이 많이 팔렸다고 한다.

 이 같은 값비싼 선물이 일부이기는 하지만 사업가들이 이해관계인들에게 추석을 빙자해 고액선물을 돌렸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은 작은 성의표시가 아니라 분명 뇌물이라고 봐야 하며 사치성 과소비를 부추기는 행위로 지탄받을 일이다.

 교통비도 문제이지만 부모님이나 친지에게 선물 값이 부담돼 고향을 찾지 못하는 가난한 이웃들과 수해로 인해 집과 재산을 잃어버리고 실의에 빠져있는 이재민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일부 부유층과 사업가들은 사치성 소비행태를 부추기지 말아야 한다.

 더욱이 사회적 귀감이 되어야 할 일부 특권층 사람들이 고가의 추석선물과 과소비 등으로 추석명절을 지냈다면 이것은 조상을 숭배하는 명절을 맞아 사회 그늘에서 땀 흘려 일하면서 쥐꼬리만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사람들과 영세민들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그 전에는 추석이나 명절 때가 되면 정부 또는 사회단체에서 선물 안주고 안받기 운동은 물론 추석명절을 검소하게 보내자는 캠페인도 하더니 올해는 이런 캠페인 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하기야 캠페인 한다고 떠들어봐야 지키는 사람도 없는데 무엇하러 하겠는가.
 한마디로 사치성 소비는 가진 자들과 특정계층이 앞장서서 만들어내고 있으면서 말이다.

 이젠 가진 자끼리 주고받는 선물보다는 가난한 이웃과 소외된 저소득층, 소년소녀가장, 갈 데 없는 양로원 노인어른들, 그리고 수해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들에게 따뜻한 마음의 선물을 보내줘야 한다.

 일부 계층의 불로소득으로 부자된 사람들의 낭비풍조와 향락이 판치는 속에서도 양심을 속이지 않고 살아온 가난한 이웃들은 출퇴근 때마다 생계걱정, 이사철마다 전세금 마련걱정으로 집주인 눈치 보기에 마음 편치 못하다.

 옛말에 가난은 죄가 아니라고 했다. 이제 우리는 가난한 이웃들의 꿈을 잃게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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