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필가 양기석

 지난 추석연휴 전주는 우리 연천군내 초등학교들의 잔치체육주간이었다.

 하늘엔 휘날리는 만국기. 개선문 안에, 출발선, 결승선이 그어진 아름다운 운동장은 학생들의 함성으로 가득하다.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하나되어 달리고 뛰고 뒹굴며 하루를 축제속에서 보내는 날이다. 학생수의 서너 배는 되는 어르신들이 운동장 그늘에서 경기를 보며 함박웃음으로 화답하는 광경은 우리 연천이 지닌 특권이리라.
 만국기 아래 학생들은 청백으로 나뉘어 트랙과 필드에서 갖가지 경기를 한다. 탈을 쓰고 보물을 찾는가 하면 손을 모아 색색의 물을 나른다.

 장애물을 넘어 달리고 풍선을 불어 터뜨리고 자루 속에 들어가 토끼뜀 뛰는 광경은 웃음과 행복을 전달하는 시간이다. 경기 후 승자는 만세 부르고 패자는 박수로 승리를 축하한다. 격려와 칭찬이 어우러진 축제장이다. 넘어지고 뒹굴고 그러는 속에 서로의 우정과 화합을 경험한다.

 무용하는 시간은 경기와 응원이 쉰다. 평소 방과후학교 시간에 배우고 익힌 동작을 모아 어른들께 보여드린다. 율동과 음악이 어우러져 웃음바다가 된다. 가끔 틀린 학생이 나오지만 오히려 더 앙증맞고 사랑스럽다.

 트랙 밖에서는 응원이 한창이다. 커다란 깃발을 흔들며 자기 팀을 응원하고 있다. 리더에 맞춰 박수와 노래를 부르며 응원하는 모습은 어른들이 배워야 할 매너다.

 문득 어린 시절 불렀던 응원가 한 구절이 떠오른다.

 ‘ 깃발이 춤을 춘다. 우리 머리 위에서 … 중략 …
 우리 편아 잘해라. 저쪽 편도 잘해라. 우리들은 다 같은 새 나라의 어린이’
 오래 전 일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우리편을 응원하는 마음 너머엔 상대편을 향한 배려도 있다. 모두 우리들이기에 서로 잘하자는 마음을 배우면서 자랐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모두가 하나된 운동회. 어린 시절 운동회가 이 아름다운 고장에서 열리고 있다. 더욱 아름다운 것은 지역민 모두의 운동회라는 점이다.

 학생이 있는 가정이건 아니건 어르신들이 모두 나오시고 학부모님, 운영위원, 학생. 그리고 지역 기관 단체장들이 모두 모여 학생들의 재롱잔치를 보며 즐거워하고 이들에게 성원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역 잔치다.

 학생들은 경기에 열중하지만 상대편을 항상 배려한다. 특히 경기규칙을 잘 지킨다. 가다가 반칙을 했으면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와 꼴찌가 되더라도 정정당당히 하는 모습이다. 법과 질서는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정해진 규칙이 내게 불리하건 유리하건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생들. 이런 마음을 가진 천사들이 운동장에서 축제를 벌이고 있다. 이를 지켜본 어른들이 이 천진한 멋쟁이들에게 배우는 시간이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이란 말이 생각난다. 반드시 규칙을 지키는 경기, 그리고 응원석에서 질서를 지키는 아이들. 리더에 순응하며 응원하는 모습, 저 아이들이 자라 이 땅에 리더가 된다면 참 아름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쪼그리고 앉아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비만으로 고생하는 아이들. 이곳은 그런 학생이 적다. 운동회 광경에서 늘 건강하게 뛰노는 학생들의 활력을 본다. 결코 나약한 아이가 아니라 심신이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본다.

 청백은 편의상 나눈 것이지 우리는 하나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열중하는 아이들. 펄럭이는 만국기 아래 부끄럽지 않고 해맑은 어린이들은 분명 나의 스승이었다. 저 천진난만과 사랑스런 가식없는 얼굴을 통해 세파에 접힌 내 주름을 본다.

 이제부터라도 천진하게 사랑을 하면서 살아볼 일이다. 운동회가 준 위대한 교훈을 되살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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