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한 메이커의 차종을 사용하다보면 웬만하면 그 차종의 매니아가 된다. 자연스럽게 해당 차종의 각종 시스템에 숙달되게 마련이고 차종의 디자인이나 내외 인테리어 및 편의장치, 특히 운전 성능에 푹 빠지게 된다. 해당 차종의 특성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익숙하게 되면 불편을 모르고 일종의 ‘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은 특히 유럽인들이 강해 비유럽의 자동차메이커가 새로 진출하더라도 새로운 시장 개척이 매우 어려운 이유일 것이다. 더욱이 차를 오래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마주치게 되는 애프터서비스는 ‘마무리 팬’으로 만드는 관문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대를 이어 진행되기도 하고 강력한 동호인들의 활동으로 더욱 세를 확장하게 되어 해당 차종의 홍보 역할도 하게 된다. 이러한 열성 팬을 모으기 위한 각종 이벤트를 어렵지 않게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세계 각 자동차메이커에서도 애프터서비스 부문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고 고객 제일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는 고객들의 볼멘소리가 적지 않게 쏟아지고 있다. 리콜사안임에도 간단한 A/S로 때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며, 어느 경우에는 운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안전에 심각한 경우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수입차보다 국산차에 더욱 많이 몰리고 있는 듯하다. 수입차도 그러한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주로 유명 자동차 브랜드인 만큼 이미지 제고를 위해 되도록이면 최고의 노력을 통해 해결을 하려는 의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주로 발생하는 경우는 전체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국산차의 차지하는 경우에 많이 발생한다. 한두 번이 아니고 차량을 유지하는 기간 동안 내내 수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기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주요 핵심 장치에 문제가 발생해 애물단지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할 있다.

 역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애프터서비스를 응대하는 담당 직원들의 태도다. 도리어 당당하게 고객을 꾸짖는 경우도 많고 어느 경우에는 고객을 위협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이 문제는 가장 우선해 개선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된다. 해당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는 일선 접점에서의 고객 응대에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들의 입소문은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앤티족’으로서도 작용하게 된다. 고부가가치의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노력과 희생이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애프터서비스 정신의 부족은 한순간에 회사의 이미지를 땅으로 곤두박질시키는 사안이 될 수 있다. 그 만큼 고객접점을 통한 서비스 정신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자동차 관련 법규는 ‘소비자 중심으로’ 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3월 통과된 한국소비자원을 통한 집단분쟁조정제도를 생각할 수 있다. 이 제도는 같은 사안에 대해 피해를 본 50인 이상이 모여 한국소비자원에 조정을 의뢰할 수 있다. 조정결과가 나오면 고객을 대변하는 한국소비자원이 중재가 되어 사업자와 합의를 이끌게 되며, 합의가 되지 않으면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를 대신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 법안은 지금까지 한 건의 문제도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전 아파트 하자에 대한 집단 분재조정위원회의 결정은 상당부분 소비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러한 첫 사례는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사안에는 포함되지 않은 식품, 종묘 등은 물론이고 최근의 자동차 문제도 당연히 집단 분쟁사안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정은 집단의 힘을 보여주는 첫 사례이어서 더욱 기업에 주는 부담은 극히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악용되지 않게 심혈을 기울여 판단하겠지만 기업체에게 소송의 두려움을 느끼게 하는 사안이 되고 있다. 이미 일부 기업에서는 고객의 불만이나 의견에 대해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의 자동차에 대한 각종 민원이나 불만은 언제나 분쟁조정의 문제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자동차메이커는 한걸음 더욱 고객에게 다가가 성의를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고객은 항상 해당 메이커의 영원한 고객으로 남아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주어진 사안에 대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 고객에 대한 무한한 성의, 속전속결의 애프터서비스 정신 등은 해당 메이커의 브랜드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첫 걸음일 것이다. ‘소비자는 영원한 왕’이라는 기본 개념을 국내 자동차메이커가 다시 한 번 일깨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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