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숙미 경기도의원

 버스정류장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다.

 자가용이 홍수를 이루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몸을 싣고 고단한 하루를 시작하고 또 마감한다.

 2000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가오싱젠의 희곡모음집의 제목은 ‘버스정류장’이었고 같은 제목의 영화도 있었다.

안내양 '오라이'는 개발시대 한국 모습

 나의 학창시절 만원버스는 승차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었다. 승차하고 난 후 밀리는 인파에 가방을 손에서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출근시간대의 버스는 정류장에 거의 서지 않았다.

 이미 만원이 되어버린 버스에 타려는 사람들을 피해 정류장에서 저만치 떨어진 곳에 기습적으로 정차한 후 내릴 사람만 하차시키곤 도망치듯 가버리곤 했다.

 그 버스를 타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던 사람들과 손님 등에 매달려 ‘오라이’를 외치던 안내양의 고함소리가 개발시대 한국의 모습이었다.

 오늘날 버스정류장에는 내빼는 버스를 좇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도 안내양의 외침도 사라진 지 오래다.

 버스정차 홈이 파여져 있고 각 시·군·구에서 장착해놓은 첨단 무인감시카메라가 작동하고 있다.

 이 감시카메라는 버스가 정차구간에 제대로 정차하는가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우리가 첨단전자시대에 또 감시당하는 시대에 살고 있음을 실감케 하는 곳이 ‘버스정류장’이 되어 버렸다.

 얼마 전 이른 아침 빽빽하게 사람을 태운 버스를 탄 일이 있다.

 그런데 사람을 태우고 출발하려던 버스기사가 잠시 주춤하더니 이내 버스 앞문을 열고 버스표지판 아래 서 있던 사람에게 보도위로 올라가 서 있으라고 한다.

 정류장을 지나치며 이런 일이 몇 번 반복된다. 버스 안의 승객이 듣기를 바라고서 일까 아니면 혼자 삭이기 힘들어서 일까. 버스기사는 한동안 이에 대해 얘기했다.

 내용인즉, 버스정류장 표지판 아래 서 있는 사람들로 인해 버스 정류장 홈에서 얼마 떨어진 지점에 정차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단속을 당하게 되어 벌금 10만 원을 냈다는 것이다.

 버스기사가 벌금을 물게 된 근거법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8조’다.

 버스정류장 정차 구간에서 벗어나 정차하게 되면 제1항 운수종사자의 금지행위 중 하나인 여객을 중도에 내리게 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시행령에 의거 최고 2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

  증가하는 버스정류장 부근 사고

 2006년 서울도시연구 논문에 따르면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교차로에서의 버스사고는 크게 감소한 반면, 버스정류장 부근의 사고는 오히려 증가되었다고 한다.

 사회가 고도로 발달할수록 우리는 더욱 견고한 사회적 계약과 규율의 틀 속에 살 것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첨단 감시카메라가 작동하는 오늘도 ‘버스정류장’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한 정차위반은 여전하고 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다니 시대를 규율하는 법이 발달하더라도 역시 그것을 운영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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