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상현 한나라당 인천 남구을 당협위원장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 또 한 번 남남갈등을 일으켰다. 이번엔 국가의 안보를 위협할 만한 발언이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라는 헌법 제3조의 조항을 들어 NLL(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고 남북 간에 합의한 경계선도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정상회담 전부터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NLL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견해를 보면 과연 이 분이 대한민국의 영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는 국가원수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NLL은 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북한과의 협의가 없었던 것은 사실이다. 또한, 헌법상 북쪽 땅도 우리의 영토라고 규정한 상황에서 그 안에 선을 그어놓고 NLL이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말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국제법상의 해석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무지(無知)의 소치이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마크 클라크(Mark Clark) 유엔군 사령관에 의해 북한과의 협의 없이 설정한 해상한계선이다. 하지만, 협의가 없었다고는 하나 북한 측에 공식적인 통보를 했고 이에 대한 북한 측의 즉각적인 이의 제기는 없었다. 오히려 1959년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발간한 ‘조선중앙연감’에는 NLL이 명백히 군사분계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또한, 일부 학자는 군사적 목적을 가진 NLL은 영해를 규정하는 경계선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당사국 간에 오랜 기간 ‘암묵적인 인정’이 있었다면 NLL은 실질적 경계선이라는 국제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이 NLL을 인정하고 준수한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1963년 군사정전위원회에서 NLL상의 북한 함선 도발에 대한 유엔사의 추궁에 북한은 함선이 NLL을 넘어 간 적이 없다고 답변함으로써 NLL의 존재를 인정했다. 또한, 1984년 북한 선박이 수해물자를 남한에 인도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남북한군 함정의 호송활동이 NLL상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발간한 항공항행계획에서 NLL에 준해 한국의 비행정보구역(FIR) 변경안이 조정됐지만 북한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동안 NLL에 대한 북한의 태도는 NLL은 영토선의 의미가 있고 남북 간의 합의된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NLL은 남북한 서로 존재를 인정한 해상경계선이고 이러한 NLL은 평화체제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논의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반도 전체가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헌법 3조의 조항을 들어 NLL은 영토선이 아니라는 견해를 거듭 밝혔다. 하지만, 남북한의 관계는 특수한 관계다. 한 민족으로서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두 개의 독립된 국가임을 서로가 인정해왔다. 따라서 아직 남북한은 군사적 주적(主敵)관계에 놓여 있고 이러한 현실을 볼 때 NLL은 엄연히 영토를 구분하는 해상경계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평해전과 서해교전에서 우리의 젊은 장병들이 목숨을 걸고 NLL을 지킨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고 남북한이 경제적 실리를 중심으로 공동번영을 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만을 믿고 NLL을 포기하는 것은 우리의 해상 영토 내에서 북한의 군사적 활동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생명끈을 놓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그동안 영토수호를 위해 거룩한 희생을 한 우리 젊은 장병들의 명예를 짓밟는 짓이다.

 NLL은 문서의 조항을 따지며 논할 수 있는 단순한 선(線)이 아니다. NLL은 지난 반세기 동안 목숨을 걸고 지킨 우리 젊은 장병들의 한이 서려 있는 선이다. 또한, NLL은 우리의 영토와 국민을 수호해주는 생명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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