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업계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빠른 가운데 판매 비율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전략개발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동일 업종의 합종연횡은 기본이고 이종간의 제품 공동 개발이나 공동 마케팅 전략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른바 생존을 위한 피나는 전쟁이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세계의 자동차 업계는 두 가지 중점 분야로 나누어 추진하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하나는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향이다. 생산 대수는 적더라도 고급 이미지 브랜드화를 통해 고급 차종 이상을 판매하고 수익모델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10~20년의 짧은 역사를 가진 기업의 경우 브랜드 제고에 한계가 있어 적용하기에 불가능한 전략이다. 굳이 한다면 기존의 최고 브랜드 기업을 사들여 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현재의 대부분의 전략이 이 방법을 구사하고 있다.
 또 하나의 중점 분야는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통 양산차의 지향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대량 판매하고 누적된 수익을 찾는 방법이다. 이른바 저가차나 초저가차의 개발 및 판매다. 이러한 차량의 대량 판매를 통해 규모를 통한 점유율 확보는 물론 인지도 향상을 통해 이미지를 극대화해서 완전한 자리매김은 물론 고가차, 고수익모델로의 방향 전환을 점차 모색하는 것이다.

 상기한 두 가지 중점 전략을 각각 진행하기보다는 두 가지를 모두 진행하는 메이커가 늘고 있다. 현재와 같이 국제적 변수가 많고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변화되는 시기에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저가차나 초저가차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영역 확대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를 통해 수익모델이라는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저가차, 초저가차는 수년 전 르노자동차가 로간이라는 모델을 동유럽에서 생산, 판매해 성공한 모델이다. 임금과 물가가 저렴한 동유럽, 중국, 인도, 남미 등에 공장을 세우고 현지에서 부품을 납품받아 생산, 판매하고 제3세계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앞으로 아프리카 등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저가차의 판매가는 대략 우리 돈으로 대당 700만~900만 원, 초저가차는 300만~500만 원 정도다. 우리의 소형차 크기에 엔진은 1천500cc 내외이며, 필요한 사양만 놔두고 불필요한 옵션은 모두 제외시킨 실제 서민용 차량이다. 그러나 저가차 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생산 효율은 물론 제조원가를 얼마나 낮추느냐가 관건이다. 비용의 싸움인 것이다.

 대부분의 자동차 메이커가 이러한 저가차나 초저가차 개발을 선언했다. 선두 기업인 르노는 물론이고 도요타, GM, 폭스바겐, 현대 등이다. 아마도 2010년 정도에는 다량, 다종의 저가차 등이 판매되어 시장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이제 저가차나 초저가차 개발은 선택이 아닌 필수요소가 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초저가차 개발을 포기한다고 해서 말이 많다. 현대자동차는 제조원가의 삭감에 한계가 있어 초저가차는 개발을 포기하고 800만~1천만 원 정도의 저가차만 개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포기 선언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이미 노사문제로 발목을 잡힌 현대자동차가 생존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제조원가 절감 노력에 한계를 나타낸 게 아닌가 하는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어느 정도 기술력을 인정받기 시작했으나 아직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심는 데에는 한계가 있고 중국 등 후발업체에 대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상태도 아니다. 특히 중소형차에 있어서 일부 지역에서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한 일본업체의 차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 한계를 나타내기 시작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샌드위치의 상태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미리부터 앞으로의 발판이 될 수도 있는 초저가차 개발에서 손을 거둔다는 뜻은 일부 신흥시장에서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생산성 한계를 나타내는 듯 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처음부터 모든 일이 풀리는 쉬운 작업은 없을 것이다. 원가절감 기법은 항상 변할 수 있는 요소인 만큼 능동적으로 적극 대처하는 자세와 계속되는 창의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구성원들의 자신감이 더욱 큰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지 한가지 기업의 정책결정이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시기다. 자신감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시작하자.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