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영진 국립해양조사원장

 해도(海圖)란 선박이 항해하는 뱃길의 주위 환경을 정확하고 보기 쉽게 표현해 항해할 때 살펴보도록 만들어진 주제도(Thematic Map)이다.

 해도는 13세기 중국으로부터 나침반을 도입한 유럽에서 발달하기 시작했으며, 1569년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메르카토르(Gerardus Mercator)가 경도선과 위도선을 격자로 표현한 메르카토르 도법(점장도법)을 고안한 이후 현재까지 이 도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 도법은 해도 상의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를 직선으로 연결하고 그 방위각을 그대로 선박의 뱃길로 사용하기 때문에 항해자에게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세기 말 통상교역과 군사적인 목적으로 영국, 프랑스 등 서구열강에 의해 제작된 해도가 처음이었으며, 광복 이후 1949년 해군본부 작전국 수로과를 창설해 자체적으로 해도를 간행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해양수산부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약 300종의 해도를 간행하고 있다.

 요즘 자동차는 'GPS 내비게이션'을 사용해 목적지까지 편리하게 운행하고 있다. 만약 주기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업데이트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바다를 운항하는 선박이 사용하는 해도를 제작할 경우 최신 정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바다에는 눈에 보이는 여러 가지 자연 지형과 등대 같은 항로표지가 있는 반면 육안으로는 도저히 판별하기 힘든 바다 속 암초나 얕은 수심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다에서의 선박 조종은 자동차 운전과는 차원이 다른 안전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해도는 육상 지도에 비해 더욱 높은 정밀도를 요구한다.

 해도는 안전항해를 위해 여러 상항을 고려하게 되는데, 그 중에 중요한 요소가 수심의 기준면을 무엇으로 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육상 지도의 높이(표고)는 바다의 평균해수면을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인천바다의 평균해수면을 수심의 기준면으로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한편 해도는 각 지역마다 조석관측을 실시해 이보다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해수면, 즉 최대간조 시의 수면[약최저저조면(略最低低潮面)]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석에 의해 바닷물이 빠지더라도 해도에 기재된 수심보다 얕아지는 경우는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된다. 해도의 수심 기준면이 육상의 높이 기준면과 다른 것은 선박의 좌초를 방지하기 위해 고려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해도는 선박의 안전항해를 위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육상 지도 및 내비게이션 등의 수정 사항보다 업데이트 주기가 짧고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특징으로 볼 수 있다. 해양조사원에서는 항로 변경, 등대, 등부표의 설치 및 이동, 준설, 해안선 매립, 방파제 공사 등을 수록한 항행통보(航行通報)를 인터넷과 우편을 통해 항해자와 일반인에게 알린다. 항행통보 사항이 선박에 전달되면 항해사는 항행통보 내용을 해도에 반영해 안전항해에 활용하게 된다.

 국립해양조사원에서는 육상의 ‘GPS 내비게이션’과 같이 국제수로기구(IHO)의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디지털 전자해도(ENC)’를 제작하고 있으며, 전자해도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다양한 주제도 제작, 전자해도의 실시간 업데이트 지원 등 사용자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는 바다, 그리고 그 정보와 역사를 담고 있는 해도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해상교통안전 확보, 해양수산업의 발전 및 나아가 해양주권 확보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자료임에 틀림없으며 그 중요성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1889년 영국에 의해 제작된 부산항 해도><현재의 부산항 해도(No.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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