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 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육대학원장)

 무자년(戊子年) 새해가 밝았다. 기호일보 애독자는 물론 모든 분들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정말 행복한 한 해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대통령선거는 끝났지만 새해의 주요 화두는 역시 정치가 될 것 같다. 무자년은 정치의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월 25일에는 5년 임기의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4월 9일에는 제18대 총선이 치러진다. 5월 30일에는 제18대 국회가 문을 연다. 10년 만에 진보정권이 물러나고 보수정부가 등장하는 것이다. 국민은 지난 10년 동안 좌향좌 했던 국정방향을 우향우로 바꾸고, 시대정신인 경제 살리기를 선택한 것이다. 새 정부는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배경으로 사회 각 분야의 실용주의적 변화와 개혁을 역동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한 4월 총선

 4월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은 대선 승리에 이어 국회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 집권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취임 초기 국민들이 원했던 새로운 개혁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명박 효과'의 여세를 몰아 안정적으로 국정을 이끌 수 있는 절대다수 의석을 요구할 것이다.

 정권을 한나라당에 빼앗긴 대통합민주신당이나 군소 정당들, 그리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새롭게 창당할 보수신당 등은 입법부와 행정부가 균형과 견제를 이룰 수 있도록 야당에게 충분한 의석을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총선에서 안정과 견제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 역대 선거에서 국민은 황금분할 구도를 만드는 결과를 보여 준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1, 2위 표차가 많이 났지만 이명박 당선자에게 과반의 지지를 보내지 않은 것이나, 이회창 후보에게 15%를 가까스로 넘는 표를 준 것 등 절묘한 결과를 가져왔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이 여야 간 의석을 어떻게 분포시킬 것인지 벌써부터 주목하게 된다.

 정치의 해를 맞이해 많은 변화와 격동이 예상된다. 정권교체기에 전환기적 갈등이 발생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10년 만에 진보정권이 교체돼 정책노선이 좌에서 우로 혹은 실용주의로 바뀌고, 기득권을 누렸던 집권세력이 대폭 교체된다. 정치의 주도세력이 새롭게 바뀌는 것이다. 권력이동기에는 기득권을 상실한 쪽과 새로운 집권세력 간에는 힘겨루기가 늘 있게 마련이다. 한편에서는 오랫동안 누렸던 정치적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고 발버둥칠 것이고,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권력을 독식하려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새롭게 등장한 집권세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확장·집중·지속시키려고 할 것이고, 기득권을 상실한 야당은 집권세력의 권력을 제한·분산·변경시키려고 할 것이다.

               권력이동기 혼란과 갈등 예상

 정권교체기에 정치적 주도세력이 바뀌면서 정치권은 진통을 겪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여야 간 평화적 정권교체 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이다. 60여 년의 헌정사에 여야 간 평화적 정권교체는 이제 겨우 두 번째 이뤄졌다. 미국의 정치학자 헌팅톤은 정권교체가 제도화되고 정치가 발전하려면 여야 간 평화적 정권교체가 수차례 누적돼야 한다고 설파한 적이 있다. 여야 간 정권교체가 수차례 반복되면 정치가 제도화돼 정치적 불안과 위기가 사라지고 권력이동 과정이 제자리를 찾게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정치권력 변동의 제도화 수준이 낮은 편이다. 그래서 권력이동기에는 어느 정도의 혼란과 갈등이 예상되는 것이다.

 권력이동기에 가장 우려되는 것은 전환기적 갈등 때문에 국민에 대한 관심이 뒷전으로 밀려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국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치인들끼리 세력 싸움에 혈안이 된다면 국민의 정치적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정치권은 대선에 이어 총선에서 국민이 어떤 선택을 하던 그 결과를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을 존중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모처럼 만에 새 정부와 새 국회가 동시에 출범한다. 정치세력 교체기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전환기적 갈등보다는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과 꿈을 안겨주는 새해가 되길 간절하게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을 초월해 `국민우선'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 처지가 뒤바뀐 여야 모두 이 시대 이 나라 국민들이 진정으로 정치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통찰하고 누가 국민을 더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경쟁하기 바란다.

             여야 모두 국민우선 정치에 경쟁해야

 국민우선 정치에서 강조해야 할 것은 무엇보다 국민이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경영학에서 고객의 만족도를 넘어 고객가치경영을 강조하기도 한다. 정치에서는 국민이 주인인 동시에 고객이다. 새 정부와 새 국회는 국민이 지니고 있거나 또는 원하고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가치를 추구하는 정치를 해야 할 일이다. 정파적 가치와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가 다를 수 있다. 국민의 가치를 외면하고 정파적 가치를 존중하다보면 국민의 지지를 잃게 된다.

 새해를 맞이해 여야는 물론 새 정부와 새 국회 모두 국민 편에 서서 국민이 추구하는 가치를 창조하도록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권력이동기에 정파 간 세력다툼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민이 원하는 가치를 추구하는 국민우선 정치를 펼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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