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 2년 사이 세계 각국에서 우리 국산차의 위상을 높이는 소식이 줄잇고 있다. J.D.Power 등 세계적인 평가기관은 물론이고 각국의 ‘올해의 자동차’행사에서도 우리 국산차가 1위를 차지했다는 뉴스도 많아지고 있다. 이미 양적인 수준에서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어 경쟁사들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30여 년의 짧은 역사로 이만큼의 성과를 이룬 나라는 주변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대단한 위업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자동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이나 변속기 등의 국산화도 차근차근 진행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어느 부품은 이미 후진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걱정할 정도의 수준까지 온 것도 사실이다. 예전만 해도 디자인, 엔진, 변속기 및 안전구조설계 등의 기술이 기장 중요한 기술로 인정됐고 지금도 핵심적인 기술인 것만은 사실이다. 최근에는 여기에다 첨단 안전 및 편의장치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통합제어장치 등의 첨단 기술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각 시스템 간 유기적인 역할도 당연히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기술들은 앞으로 안전이 보장된 미래형 인간친화형의 자동차와 친환경 자동차의 핵심기술로 떠오를 것이 확실 시 되는 극히 중요한 기술이다. 따라서 이 기술들의 확보에 따라 미래의 자동차 산업이 결정된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우리의 자동차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엔진의 경우 중소형 엔진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러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중대형 엔진의 개발이 약간 부족하다. 문제는 미래형 직접분사엔진 등의 첨단 기술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앞으로 엔진의 다변화를 통해 부분별 첨단 기술의 가미를 얼마나 이룰 것인지가 중요하다. 자동변속기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2년 이상 뒤떨어져 있다. 이미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출고됐고 곧 10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차량이 나올 것이나 우리의 경우 올해 정도에나 6단 자동변속기가 국산화될 것이다. 또 다른 미래형 변속기의 한 축인 무단변속기 개발도 서둘러야 한다.
최근 국내 시장에서 중대형 고급차를 중심으로 수입차와 국산차의 치열한 승부가 진행되고 있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을 정도로 고가이고 여기에 장착된 첨단 시스템의 향연도 도를 넘을 정도다. 최첨단 시스템이 장착돼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고 각 메이커에선 이것을 무기삼아 홍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산 대형 모델의 경우도 수입차와 견주어 전혀 손색이 없고 어느 경우에는 창의적인 독특한 시스템도 나타나기도 한다. 역시 문제는 장착된 시스템의 국산화 모델이 매우 부족하다는 점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시스템을 모아 첨단으로 무장한 고급 대형 자동차를 생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국산화를 통한 국내 자동차 산업 기반을 조성하는 역할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각종 매스컴에서 선전하고 있는 오디오시스템도 외국산 일색이고 6단 이상의 자동변속기도 모두 외국산이나 다름없다. 운전자 통합제어 시스템도 그렇고 앞차와의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운행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장치도 우리것이 아니다. 이것뿐만 아니다. 곡선도로에서 안전에 도움을 주는 능동식 헤드라이트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장치들은 각각 수백만 원 이상이 될 정도로 고가여서 전체 차량의 가격을 치솟게 만든 것은 물론 로얄티 지불로 인한 국부유출도 적지 않다. 물론 개발에 비해 수요가 적은 경우 수입에 훨씬 좋다는 명분도 있을 수 있고 규모의 경제 이후에 국산화시킨다는 명분도 있을 수 있으나 문제는 너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껏 소홀 했던 부품 및 시스템 국산화를 통한 체계적인 시도를 본격화 해야 한다. 세계 5위 생산국이면서도 2개에 머물러 있는 세계 100대 부품회사의 수도 5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기술을 보유한 부품회사들이 자립할 수 있는 수익모델도 만들어 주어 연구개발에 치중할 수 있는 기반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기존의 회사 간 수직 구조가 아닌 진정한 수평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크다. 제도적 기반과 함께 물량 지원도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동차 메이커를 비롯한 산학연관이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은 당연하다. 지금부터라도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보자. 그리고 가속도를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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