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출간된 이수복의 시집 봄비에는 ‘이 비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고, 푸른 보리밭길의 맑은 하늘에는 종달새가 우짖으며, 봄나들이 나온 처녀애들과 타오르는 아지랑이로 봄 기운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어떠한 역사적 현실도 가미하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로 불리우고 있다. 또 가수 박인수가 부른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의 노래 또한 서정적이다.
봄비가 내릴 경우 바람이 불면 매화 등 봄에 핀 꽃들이 떨어져 우리의 마음을 약간 울울하게 한다. 그러나 봄비는 그 해 희망을 알리는 비다. 봄비는 흙의 수분을 보존해 주어 땅속에 있는 수분의 증발을 막아 땅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막아주며, 농사에서 해충이라고 불리는 벌레들의 천적인 병충해를 줄여준다.
4·9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공천심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예비후보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위원회는 봄비처럼 봄날의 새싹을 위해 대지를 적시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지 않아 문제다.
이제 정치권도 고유가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봄날의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로 거듭나갈 바란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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