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려 생기를 복돋는다. 건조한 봄날이 계속돼 기다리고 기다리던 봄비가 23일 하루종일 전국에 내렸다. 봄비는 새싹을 돋아나게 하며 많은 꽃들을 피도록 중추적 역할을 한다.

1969년 출간된 이수복의 시집 봄비에는 ‘이 비 그치면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오고, 푸른 보리밭길의 맑은 하늘에는 종달새가 우짖으며, 봄나들이 나온 처녀애들과 타오르는 아지랑이로 봄 기운은 더욱 짙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어떠한 역사적 현실도 가미하지 않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서정시로 불리우고 있다. 또 가수 박인수가 부른 ‘한없이 흐르네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마음마저 울려주네 봄비’의 노래 또한 서정적이다.

봄비가 내릴 경우 바람이 불면 매화 등 봄에 핀 꽃들이 떨어져 우리의 마음을 약간 울울하게 한다. 그러나 봄비는 그 해 희망을 알리는 비다. 봄비는 흙의 수분을 보존해 주어 땅속에 있는 수분의 증발을 막아 땅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막아주며, 농사에서 해충이라고 불리는 벌레들의 천적인 병충해를 줄여준다.

4·9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 공천심사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예비후보자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상황이 전국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각 정당의 공천위원회는 봄비처럼 봄날의 새싹을 위해 대지를 적시듯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 꽃을 피우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렇지 않아 문제다.

이제 정치권도 고유가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봄날의 대지를 적시는 봄비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정치로 거듭나갈 바란다. <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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