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방송에 쓰이는 고화질 영상저장 녹화 신기술(셋톱박스)을 빼돌려 중국으로 넘기려던 첨단기술 유출사범 11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 기술이 중국에 넘어갔을 경우 국내 셋톱박스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잃어 줄도산하고 향후 5년간 피해액이 1조5천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지방경찰청 외사과는 16일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A사 대표 김모(42)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소프트웨어개발팀 부장 최모(41)씨 등 직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셋톱박스 개발·판매업체 B사의 조직관리부장으로 근무하던 김 씨는 기술개발팀장이었던 최 씨 등과 공모, 지난해 2월부터 3개월 동안 셋톱박스 관련 핵심기술을 USB와 노트북에 몰래 담아 빼돌렸다.

이어 김 씨 등은 B사를 퇴사한 뒤 같은 해 5월 A사를 설립, 중국 현지 생산업체 C사에 셋톱박스 기술을 넘기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사는 C사 이익금의 49%를 분배받기로 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국가정보원 측에서 김 씨 등의 범행에 대한 첩보를 받아 셋톱박스 시제품이 중국에서 만들어지기 직전 이들을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셋톱박스는 대부분 해외에 수출되며 지난해 전 세계 공급액이 5조7천억 원이었고 이 가운데 국내업체가 1조1천억 원으로 20% 가까이 차지했다”면서 “국내 2~3위권의 셋톱박스 업체인 B사의 기술이 중국 현지 회사에 넘어 갔을 경우 2~3년 내에 국내 셋톱박스 업계는 경쟁력을 상실해 줄도산할 위험에 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셋톱박스 기술의 중국 유출 시 올해 국내업체의 수출예상액(1조5천억 원)의 55%, 8천200여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향후 5년간 피해액은 1조5천 원 이상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중국현지 생산업체 C사는 국내회사가 100% 소유하고 있지만 중국인들이 생산하는 만큼 설계도면 등 핵심기술이 중국에 넘어갈 가능성이 다분했고 중국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반값에 양산이 가능한 만큼 국익에도 큰 손실이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에 따라 중국 현지 생산업체 C사를 소유한 국내회사 측의 공모 여부에 대해 확인했으나 혐의를 입증하지는 못했다.

▶셋톱박스
셋톱박스는 디지털방송 신호를 압축한 형태로 받아 TV 등 디스플레이에 전송하는 디지털 미디어 기기다.
경찰에 검거된 김 씨 등이 유출 시도한 B사의 셋톱박스 기술은 HD(고화질 영상 수신기), HD PVR(고화질 영상 저장 녹화기), DVB-T(지상파 디지털방송용 수신기), DVB-C(케이블 디지털 방송용 수신기) 등 11개 기술이다.

셋톱박스는 디지털방송이 활성화된 북미와 유럽 등에 99% 수출되며, 중국도 셋톱박스를 생산해 전 세계 공급의 20~25%를 차지하지만 기술은 국내업체에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HD-PVR의 경우 공급액이 250~300달러 수준인데 중국에서 양산할 경우 반값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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