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골프장을 찾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줄면서 봄철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골프장에 때아닌 찬바람이 불고 있다.

16일 경기도내 골프장과 지자체 공무원들에 따르면 정부가 골프장 감세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과는 대조적으로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골프장 방문을 자제하는 현상이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

공무원 골프에 대한 정부의 지침이 없는 가운데 ‘골프를 금지한다고 한 적이 없기 때문에 치라고 할 수는 없다’는 청와대 내부 입장을 공직사회는 대체로 ‘골프를 멀리해야 신상에 좋다’는 쪽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는 ‘일하는 정부’를 표방하며 주말에 민생현장을 찾는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스타일에다 골프보다 테니스를 즐기는 대통령의 취미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골프를 금지한다는 내용은 없지만 비상사태 대응시스템을 불시에 점검하고 근무지 이탈 여부 등 공직자 기본 근무자세를 바로잡겠다고 하니 ‘금족령’이나 나름없다”라고 공직사회 분위기를 전했다.

수원에 있는 정부기관의 한 간부는 “청와대가 아침 일찍 출근하고 주말에도 하루는 나와서 일하는 분위기에서 골프장에 나가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 “아마도 고위 공무원들은 상당 기간 공을 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공무원은 물론 경찰관이나 공기업 간부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공무원들의 골프장 내장이 줄면서 골프장과 골퍼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퍼블릭골프장인 수도권 A골프장은 지난 한 해 토요일 300~400팀, 일요일 150팀 안팎이던 대기예약이 최근들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골프장 사장은 “주말이면 50여 개 공무원팀이 들어오는데 올해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면서 “매주 100건 정도 오던 공무원의 부킹청탁도 최근에는 한 건도 없다”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에 근접한 B골프장 운영부장은 “15~30팀이던 주말 대기예약이 요즘 10팀 이하로 줄어드는 등 회원 부킹에 조금 숨통이 트였다”면서 “전적으로 공무원 내장객 감소 때문이라고 단언할 수 없지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킹경쟁이 치열한 용인 C골프장의 한 회원은 “2주 전부터 회원예약을 받고 있는데 주말부킹이 한층 수월해 졌고 대기신청하면 대체로 취소된 예약을 받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 골프장의 경우 주중 부킹도 여유가 생겨 평일 아침시간대에 15~17개씩 예약이 비어 있다. 이는 공무원들이 부인 등 가족까지 골프장 금족령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골퍼들 사이에 나돈다.

이런 분위기를 골프장에서는 반기지 않고 있다.
회원들의 예약사정은 나아졌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그린피를 지불하는 비회원들이 줄어 매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관계자는 “골프 대중화 시대에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며 “아직도 눈치보면서 캐디백에 가명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경우도 있지만 떳떳하게 골프장을 드나들며 더치페이하는 엘리트 의식을 가진 공무원들이 많아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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