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안양 어린이 납치·살해 사건에 이어 일산 초등생 폭행 및 납치미수 사건 등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잇따르며 아이들이 어른들을 믿지 못하는 불신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경기도내 학교 및 유치원 등에서는 아동범죄 예방교육을 통해 낯선 사람이 차를 태워준다거나 장난감을 주는 가상 상황을 만들어 단호하게 ‘거절 및 싫다’는 의사표시를 하도록 가르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일 도내 일선 학교와 경찰 등에 따르면 학교나 경찰은 가정통신문이나 아동 교육을 통해 집에 혼자 있을 때 문과 창문을 잠그고 누가 찾아오면 없는 척 한다거나 아는 사람의 차라도 부모의 허락없이 타지 않는다 등의 예방수칙 지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의의 행동도 아이들에게 외면당하기 일쑤다.

도내 모 초등학교 교사(40)는 최근 귀가하는 학생들을 태워주려고 차를 세웠지만 아이들이 거절하면서 일부는 아예 도망가는 모습을 보고는 마음이 씁쓸한 경험을 했다.

이 교사는 “어린이 대상 범죄 때문에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고 교육하고 있지만 선의의 행동도 자칫하다가는 범죄자로 몰리는 경향이 많아지고 있는 시대”라고 말했다.

수원 한 할아버지(63)도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가 예뻐 머리를 쓰다듬어 줬는데 갑자기 아이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나 어처구니 없었다”면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범죄자 때문에 선량한 시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는 등 아이들이 어른들을 무조건 경계하는 세상이 너무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아이들을 위한 선의의 행동마저 어린이에게는 범죄자로 인식되는 사회풍토로 인해 우리 사회는 더욱 불신의 골만 깊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어린이와 관련된 흉악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최근 도내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대 학교 주변은 자녀들을 데리러 온 차량과 학부모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초등학교 2학년 학부모 이모(37·여·수원시 원천동)씨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도 중요한데 무조건 경계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것 같아 씁쓸하다”면서 “하지만 요즘 세상이 너무 험하다 보니 어른들을 믿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당국도 어린이 납치 및 실종에 대처하기 위해 ‘어린이 유괴·실종 제로운동’을 펼치는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또 학교 내 유괴 예방 교육코너를 설치해 실천 중심의 교육을 하고, 경찰과 협력해 스쿨존 내에 유사시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점 등을 아동지킴이로 지정,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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