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급등으로 사료값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과일과 꽃은 소비가 줄어 가격이 뚝 떨어지는가 하면 미국산 소고기 수입개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면서 농민들의 시름만 더욱 깊어가고 있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발병으로 닭과 오리 수요가 급감할 조짐을 보여 축산 농민들이 초긴장 상태에 빠지고 있다.
▶AI 확산으로 농가 비상=지난 7일 전북 김제 등지에 이어 14일에도 평택시 포승읍 석정리 김모(66)씨의 산란계농장에서 신고된 닭 농장의 폐사 원인은 고병원성 ‘H5N1형’ AI 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농장의 증상이 고병원성일 것으로 예측하고 15일 오후 AI발생 농장 반경 500m 이내 3개 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 7만5천여 마리를 매몰처분한 데 이어 16일부터 500m∼3㎞ 이내에서 사육 중인 7개 농가의 가금류 26만3천 마리에 대한 추가 매몰처분작업을 벌여왔다.

경기도는 평택 농장의 폐사원인이 고병원성 AI로 판명됨에 따라 이날부터 반경 10㎞ 이내 31개 농장에서 사육 중인 닭 80만 마리에 대해서도 이동제한조치를 취했으며, 평택 8곳, 화성 4곳 등 12곳의 주요 도로에 이동제한 통제소를 설치, 가축 및 차량의 이동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AI 발생 농장을 출입한 부화장, 분뇨, 사료차량과 이들 차량이 이동한 29개 관련 농장에 대해서도 정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도는 앞으로 비상상황실을 운영하며 닭과 오리 등 가금류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동시에 도축장, 종계장, 종오리에 대한 일제 검사 등 모니터링 검사활동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또 축사에 대한 외부차량 및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고 축사소독, 의심가축 신고 등 AI 확산 방지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농가에 당부했다.

▶한우 농가 집단 반발 및 사육 포기 움직임=쇠고기 협상 타결로 축산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되자 도내 일부 지역에서는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쇠고기 협상 타결로 조만간 미국산 LA갈비 등 뼈 있는 쇠고기까지 개방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내 한우 농가들은 ‘이제 소 사육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며 큰 불안에 휩싸였다.

8천171사육농가에서 18만3천945마리를 한우와 육우를 사육하는 도내 축산농가들의 불안감을 더욱 커지고 있는 것. 특히 국제 곡물가격이 전년보다 무려 30% 이상 급등하면서 사료값도 폭등한 상황에서 값싼 뼈 있는 미국산 쇠고기까지 개방돼 한우 농가의 줄도산마저 우려되기 때문이다.

도내 한우 농가들은 정부의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을 규탄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각 지역에 내걸고 전국 농업인들과 함께 정부에 항의하는 집회를 가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여기다 지난 18일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우의 가격이 20만~30만 원 폭락하는 등 벌써부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의 대표적인 개군한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양평의 축산농가들도 미국산 수입으로 브랜드와 가격 경쟁력에서 지역의 한우가 밀려 고급육에서 밀리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높게 일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축산농가는 벌써부터 전업을 고려하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일과 꽃 가격 급락=물가 상승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생산량 증가로 과일과 꽃의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20일 수원 등 도내 5개 농수산물도매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상품 사과 10개의 도매가격은 4만6천2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하락했다.

제철을 맞은 방울토마토의 상품 ㎏당 도매가격은 1만4천600원으로 지난해보다 15% 정도 떨어졌다. 배, 단감, 오렌지 등 다른 과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20~30% 하락했다.

꽃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상품 국화 1속(20줄기)의 도매가격은 6천668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정도 떨어졌다. 특히 카네이션은 50% 이상 떨어졌다. 백합과 거베라도 10~20% 하락했다. 이 같은 이유는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공급은 늘고 있기 때문. 가격 하락으로 농민 뿐만 아니라 상인들도 거래부진 여파에 울상을 짓고 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