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정부 출범 이후 경찰이 기초질서 확립 캠페인 등 연일 강도 높은 시책을 내놓자 일선 경찰들이 이중, 삼중의 업무로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또 일부 치안 시책은 유관기관이나 시민단체, 학부모 등을 동원한 행사도 끼여 있어 치안업무가 전시행정에 치우치는 경향이 높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21일 경기지방찰청과 일선 경찰서 등에 따르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민생치안을 운운하며 각종 시책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적 시책으로는 ▶범죄예방활동 강화 ▶민생침해범죄 집중 단속 ▶실종아동 예방 및 집중 찾기 ▶교통질서 확립 홍보 ▶기초질서 확립 홍보 ▶상반기 마약류사범 일제 단속 등이다.

경찰의 치안시책이 이처럼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오로지 해마다 되풀이 되는 것은 자신들의 허물을 벗기 위한 방파제이기 때문이다.
올해 추진된 이런 유형의 시책 중에는 시기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민생치안 관련이나 기초질서 확립 등은 이미 시행되고 있고 기존 업무와 겹치는 부분도 많아 실효성 논란이 높다.

또한 일선 경찰서들이 비슷한 내용의 기초질서 확립 캠페인을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관련, 경찰력 낭비와 함께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시민들의 비난도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길거리 곳곳에 교통질서와 기초질서 캠페인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어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캠페인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아동범죄 대책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그때마다 대책이 변경되는 바람에 일선 형사들만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한 경찰서 주최 교통캠페인에 참가한 모범운전자회 관계자는 “매년 봄이 되면 캠페인을 하기는 했지만 올해는 유독 자주하는 것 같다”면서 “계도 차원에서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이런 것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잇따른 업무 지시로 하위직 경찰들의 불만도 가중되고 있다.

일선 경찰서 각 과장실 벽을 허물고 개방형 과장실을 만들라는 지시로 인해 관련 부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등 부작용까지 속출한 것이 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경찰 내부에서는 “지휘부가 바뀔 때마다 여러 가지 업무 지시가 내려지는 등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일선 경찰관들만 고생하고 있다는 비난섞인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A경찰서 한 관계자는 “과장실 벽 허물기 시책같은 경우 수년 전 시행된 바 있지만 당시 청장이 바뀌면서 유야무야됐다”면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는 이런 일을 왜 또다시 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B경찰서 관계자도 “매번 캠페인 때마다 의례적으로 행해지는 어깨띠나 플래카드가 아니어도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도 불구하고 틀에 박힌 행사는 결국 전시용밖에 될 수 없다”면서 “수뇌부가 교체될 때마다 쏟아지는 업무 지시를 이행하느라 일선 하위 직원들만 죽을 맛”이라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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