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에 발맞추기 위해 경기도내 일선 경찰서들이 일제히 법질서 확립과 엄정한 법 집행에 관한 구호를 내걸고 각종 집체교육 및 간담회 등을 연일 열면서 정작 현장 중심의 치안활동은 뒷전으로 밀려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찰은 휴일도 잊은 채 ‘노 홀리데이’ 행보 속에 현장 행정을 강화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얼리버드’(early bird·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행정이 확산되면서 일선 경찰 내부에서는 업무 가중에 따른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1일 경기지방경찰청 및 일선 경찰서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간부급 직원들은 휴일에도 정상 출근하는 등 주말 없는 강행군을 하고 있다.

또 중간관리자와 팀장들은 상급 관청과 지휘관 참모들의 눈높이에 맞추기 급급하고 각종 교육, 회의 소집, 보고서 제출 등의 업무 과중을 호소하고 있다.

민생치안에 힘써야 할 경찰들이 언론에 기고문이나 홍보용 자료를 내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글을 만들고 자료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또한 수사·형사·지구대를 구분해 연일 경기경찰청과 제2청에서는 집체교육을 실시하는 바람에 경찰의 본연의 업무인 치안활동은 뒷전이 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하위직 직원들 또한 휴일날 출근한 상사 탓에 마음 편히 쉬지 못하다 관련 업무가 생기면 사무실로 곧장 달려나가야 하는 비상 상태를 유지하느라 강도 높은 근무에 따른 큰 부담을 안고 있는 등 파김치가 되고 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교육과 근무가 계속 이어지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휴일이 없는 무 휴일이 아니라 휴일에도 힘을 써야 하는 날’이라는 자조 섞인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더구나 도내 일선 경찰서는 총선 이후 중간관리자와 팀장들의 교육과 함께 매일같이 소집해 과제별 숙제를 주는 바람에 일선 경찰들은 지휘관에 보고할 보고서 준비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역경찰관 대부분이 하루 출근하면 소재수사, 기초교통질서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상급 기관 감찰점검 대비에만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이 매일 되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 본연의 업무인 방범순찰 예방과 민생치안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다 어린이 납치 및 부녀자 성폭행 등 강력범죄가 발생해 경찰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져 경찰 지휘부가 상급 기관의 눈치만 보고 언론을 통한 실적 내세우기만 급급해 경찰이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굳은 의지는 결국 전시효과를 거두기 위한 허구성이 짙은 방안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아냥섞인 말이 시민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다.
경기지역 한 간부 경찰은 “열심히 일하는 건 좋은데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성과와 효율이 떨어질 게 분명해 결국 사기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경찰내부의 심경을 이같이 토로했다.

또 다른 한 하위직 경찰관은 “교육과 실적 위주의 경찰행정이 외근직을 맡고 있는 하위 경찰과 지구대 파출소의 직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고 업무만 과중시켜 치안공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면서 “교육도 중요하지만 경찰이 새롭게 태어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오직 전 경찰이 발로 같이 뛰는 현장 중심의 치안활동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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