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앞바다에서 한강을 연결하는 경인운하는 먼 옛날부터 뜨거운 감자처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이 거듭돼 왔다.

비단 이명박 정부에서만이 아니라 타임머신을 타고 8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더라도 때로는 기술이 뒷받침이 안 돼 추진이 어려웠지만 그 이면에는 타당성을 둘러싼 찬반양론에 막혀 매번 실패해왔다.

새 정부 들어서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맞물려 시범사업쯤으로 여겨지면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나 최근 들어 한반도 대운하 사업과 관계없이 새로운 물길을 만들어 물류와 관광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인운하 논쟁의 2라운드로 보는 쪽도 있지만 더 이상 경인운하 건설사업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당위론이 힘을 얻고 있다.

여전히 찬반이 엇갈리고 있는 경인운하의 추진배경과 지난 과거 선조들이 경인운하를 건설하려던 역사는 물론 찬반양론의 입장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 경인운하 추진배경

굴포천 방수로 사업이 운하기능을 가미해 경인운하로 만들자고 발표한 것은 지난 1995년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경인운하가 추진된 것은 아니다.

   
 

지난 1987년 굴포천 유역에 몰아친 폭우로 이 일대 주민 16명이 사망하고 5천400여 명의 이재민과 420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자 정부는 서둘러 방수로 사업에 착수했다.

굴포천유역은 인천시 서구와 계양·부평구, 경기도 부천·김포시, 서울 강서구 등 134㎢에 거주하는 150여만 명의 주민들은 폭우가 쏟아지면 상습적으로 침수되는 일이 반복돼 비만 오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굴포천 일대 40%는 한강수위보다 낮은 데도 자연배수가 안 돼 상습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상습적인 침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92년 인공방수로를 건설, 폭우 발생 시 빗물을 서해로 방류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14.2㎞, 폭 20m의 1단계 사업에 착수했다.

1단계 사업은 1일 강우량 114㎜, 초당 270잪 방류규모로 2년 빈도의 홍수 예방에 불과해 지난 2005년 1일 강우량 402㎜, 초당 1천188잪 방류량을 갖춘 100년 빈도의 홍수 예방을 위해 방수로 폭을 80m로 확장하기로 하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2단계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배를 띄워 물류기능을 가미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면서 지난 1995년 경인운하사업이 결정됐다.
경인운하사업은 굴포천 치수사업과 연계해 1조3천525억 원을 들여 굴포천 방수로를 활용, 인천시 서구 경서동에서 서울시 강서구 개화동(행주대교)까지 18㎞에 수심 6.3m로 건설될 예정이다.

경인운하가 건설되면 연근해 수송은 물론 내류주운을 통해 물류를 운송할 수 있어 내륙교통난 완화와 수송비 절감 등 국가경쟁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역사 속 경인운하

경인운하의 역사적 배경을 보면 지금으로부터 800여 년 전인 고려 고종(1230~1240년)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각 지방에서 거둔 조세를 중앙정부로 운송하던 조운(漕運)항로는 김포와 강화도 사이의 염하를 거쳐 서울의 마포 경창으로 들어가는 항로였으나 염하는 만조 때만 운항이 가능했고 손돌목(강화군 불은면 광성리 해안)은 뱃길이 매우 험했다고 한다.

안정적인 조운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당시 실권자인 최충헌의 아들 최이는 이러한 손돌목을 피하기 위해 인천 앞바다와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굴포운하를 시도했다.

인천시 서구 가좌동 부근 해안에서 원통현(일명 원통이 고개)과 지금의 굴포천을 거쳐 한강을 직접 연결하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운하가 시도된 바 있으나 원통현 400m 구간의 암석층을 뚫지 못해 결국 운하 건설 시도는 무위로 끝났다.

이후 조선을 건국(1395년)한 태조 이성계와 태종 12년(1412년)에 태안반도의 안흥량을 뚫어 운하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타당성 논란만 거듭된 채 없었던 일로 결론이 났다.

또다시 운하가 추진된 것은 조선 중기 중종(1530년) 때 김안로가 고려 고종 때 시도했던 구간에 다시 운하건설을 추진했으나 당시의 기술로는 암반층을 뚫지 못해 운하 건설은 실패했는데, 당시 판 도랑이 지금

   
 
의 굴포천이라고 한다.

현대 들어서는 지난 1966년 서울시 영등포구 가양동에서 인천시 서구 원창동 율도까지 총연장 21㎞, 수심 4m, 하폭 90m의 운하 건설이 추진됐으나 경인지역의 급격한 도시화와 지역개발로 중단됐다.

 # 경인운하를 둘러싼 논란

현대 들어 다시 시작된 경인운하는 경제적 타당성 부족과 환경훼손 등을 이유로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나선 데다 2003년 9월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운하사업을 보류시켜 우리나라 최초의 운하사업은 중단 위기에 놓이게 됐다.

경제성과 환경문제에 대한 논란이 빈번하지만 지난해 발표된 네덜란드 DHV사의 용역 결과를 보면 우려와 오해는 상당 부분 불식된다.

세계 최고의 운하 전문 용역회사로 알려진 DHV사는 경인운하의 B/C(건설비용 등을 고려한 편익비율, 1 이상이면 타당성이 있음)는 1.7로 경제적 타당성이 높고 사업을 통해 창출되는 편익은 1조9천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환경적 측면에서도 도로에서 운하를 이용하면서 배기물에 의한 공기오염은 줄어들고 염수가 유입돼 운하 내 수질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서해와 한강 간 생태적 연결로 다양한 자연환경과 서식지를 만들 좋은 기회라고 전망했다.

물론 경인운하에서 해결 방안이 없는 심각한 환경적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앞서 지난 2002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B/C는 1.05~1.28로 나타나 역시 사업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돼 지난 2005년 경인운하 추진 여부를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하자는 취지로 환경단체와 정부, 학계, 지역 주민 등이 참석하는 ‘굴포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이하 지발협)’를 구성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10여 차례의 회의를 거쳐 최종 결론을 내리려 했지만 찬반양론이 더욱 격해져 갈등만 노출시킨 채 투표까지 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어떠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해체됐다.

최종 결론은 정부의 몫으로 돌아가 경인운하 사업을 중단시켰던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에서 다시 결론을 내야 하는 지경까지 됐다.

이렇게 중단된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인천을 방문해 경인운하를 단순한 물류기능 뿐 아니라 인천터미널 일대를 운하도시로 조성하고, 산업과 물류, 레포츠, 상업기능이 들어서는 워터프론트형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며 또다시 불을 지폈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도 인천지역 주요 여당과 야당은 당론으로 경인운하 추진을 천명하면서 경인운하 사업의 재개가 기정사실화됐다.

또 지난 6월에는 안상수 인천시장이 “경인운하 사업을 더 이상 미룬다면 무책임한 행정”이라고 제기하고 나서며 경인운하 사업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경인운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환경단체들은 경인운하는 바닷모래나 컨테이너 수송이 아닌 수도권 쓰레기를 운반하는 운하로 건설되면 한강과 쓰레기매립지 오염물질이 운하로 유입돼 생태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천지역에서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32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운하백지화 국민행동 인천본부’를 결성해 경인운하를 한반도 대운하의 시발점으로 보고 한반도 대운하와 같이 백지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과잉 중복 투자, 경제적 타당성 불확실, 환경 파괴 등을 이유로 사회적 합의가 없는 운하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 향후 추진 방향

경인운하 추진 여부는 결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지만 경인운하를 추진하는 데 정치색을 덧씌우기보다 순수한 경제논리로 풀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인운하 건설 과정에서의 고용효과는 물론 인천쪽 터미널에는 개성공단 등 북한에서 넘어오는 물동량과 제2외곽순환도로에서 내려오는 경기 남북부 및 강원지역의 생산품이 들어오게 되면서 다양한 물류 흐름을 주도하게 된다.

또 한강과 서해가 연결되면서 요트와 유람선 등 관광레저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수도권 최대 관광자원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경인운하는 단순히 물길을 뚫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제모델 창출이 기대되는 사업인 만큼 지역 정치인은 물론 경제인들도 적극 찬성하고 나서고 있다.

10여 년간 허비한 시간을 되돌릴 수 없지만 소모적인 논란에서 벗어나 정부는 손쉬운 방법인 밀어붙이기식의 정책이 아니라 시민사회를 설득하고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명분을 제시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경인운하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인운하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중요한 것은 찬반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통해 시민사회를 납득시키고 동참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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