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유가에 따른 에너지 절감대책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97%의 에너지원을 수입하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아껴 쓰고 대체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방법뿐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각종 대책이 각 부서별로 진행되고 있고 에너지 절감을 위한 각종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이 중 가장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자동차에 대한 절감 방법은 각종 매스컴을 통해 소개되고 있고, 이를 이행하는 국민들도 점차 늘어나는 양상이다. 특히 친환경 경제운전법인 ‘에코 드라이빙’을 통한 경제 운전은 평상 시 운전방법을 개선해 20% 이상의 에너지 절감과 이산화탄소의 저배출은 물론이고 한 템포 느린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감소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이어서 가장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이 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속적인 캠페인이 필수적인 만큼 신속하게 준비해 효과를 극대화 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최근 정부는 점차 높아지는 고유가에 대한 대책으로 부서별 에너지 절감방법을 시행하고 있고 지자체별로도 에너지 절감에 한 몫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정부 차원에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동참을 호소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효과다. 형식적이고 실적 위주의 전시행정이 된다면 안하느니보다 못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공무원의 홀짝제 자동차 운행은 효과가 클 것이다. 당장 정부 기관의 주차장을 가면 예전과 달리 여유 있는 공간을 쉽게 찾을 수 있어 전과 같이 자리찾기는 하지 않아도 된다. 민원인 입장에서는 편하다고 볼 수 있으나 담당 공무원은 여간 고생이 아닐 것이라 본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이 불편한 경우 하루 걸러 전쟁을 치루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된다. 어떤 공무원은 두 대 중 홀짝이 틀린 번호의 차량을 교대로 이용하거나 근무지 근처에 주차해 오는 수고도 감수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얼마의 효과가 있을 것인가? 이런 것보다 전에 언급한 에코드라이빙 운동이라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더욱 효과가 있지 않을까? 애꿎게 전시행정만 하는 것은 아닐까? 효과가 적다면 당장 그만 두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되는 부분이다.

역시 에너지 절감대책의 하나로 도입된 실내 온도 섭씨 27도에서 28도로 높인 경우도 생각해 볼 일이다. 나는 최근 정부 회의가 많아 자주 관공서에 출입하고 있다. 수시간씩 회의라도 하면 파김치가 되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당장 더위를 느끼는 온도다. 1도 상승으로 인한 에너지 절감보다 쾌적한 근무 환경을 만들어놓고 더욱 열심히 일하라고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이는 푸념하듯 얘기한다. “이래저래 일하지 않는데 1도가 높건 낮건 관계가 없다고, 시간만 떼우면 된다고.” 이렇게 되면 심각해진다.
최근 또 하나의 대표적 전시행정이 있다. 역시 에너지 절감의 하나로 ‘가로등 건너 띠어 소등하기’다. 간단히 수치적으로 따져도 두 개 중의 하나를 끄니 50%의 에너지 절감이 된다고 홍보한다. 문제는 반대급부다. 도로가 어두워지는 만큼 운전자의 시야가 좁아지고 교통사고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최근 발표한 OECD국가 29개국 중 우리나라는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률 27위의 최악의 국가군에 속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도로 주변의 어두운 조명은 더욱 이 비율을 높일 것은 뻔하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사망으로 인한 사회적 후유증과 손실은 금전적으로 따지기 힘들 정도로 천문학적이라는 것을 주지했으면 한다. 도리어 가로등보다 건물 내의 복도 등이나 근무하지 않는 사무실 등을 소등한다든지 하는 현실적인 운동이 더욱 부작용 없이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된다.

이제 우리는 선진국 문턱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단계에 와 있다. 윗사람이 시키는 지시를 과대 포장해 시행한다면 그 모든 후유증은 국민이 받는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이제는 전시행정이 아닌 실질적인 행정이 필요한 시기라 여겨진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