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민속놀이

가윗날은 한국의 고유한 명절로 오래전부터 인식돼 와 수확의 경축적 의례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별로 풍성하고 다채로운 민속들이 나타난다.

   
 

전국적으로 다양한 놀이가 전승되고 있어 호남 남해안 일대의 강강술래와 소먹이놀이, 소싸움, 닭싸움, 거북놀이 등은 농작의 풍년을 축하하는 의미가 있으며, 경북 안동지방의 가마싸움도 전해지고 있다.

가윗날에는 농사일로 바빴던 일가친척이 서로 만나 하루를 즐기는데 특히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와 중간 지점에서 만나 반나절을 함께 회포를 풀고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는 것을 반보기라고 한다.

추석을 전후해 반보기가 아닌 ‘온보기’로 하루 동안 친정나들이를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오늘날에도 민족대이동이라 할 만큼 몇천만 명이 고향을 찾아 일가친척을 만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것 역시 커다란 기쁨이기 때문일 것이다.

▶강강술래=해마다 음력 8월 한가윗날 밤에 곱게 단장한 부녀자들이 수십 명씩 일정한 장소에 모여 손에 손을 잡고 원형으로 늘어서서 ‘강강술래’라는 후렴이 붙은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면서 뛰며 노는 놀이로 지난 1966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됐다.

강강술래를 할 때는 목청이 좋은 여자 한 사람이 가운데 서서 앞소리를 부르면, 놀이를 하는 일동은 뒷소리로 후렴을 부르며 춤을 춘다.

   
 
강강술래의 유래로는 임진왜란 시절, 당시 삼도수군통제사인 이순신 장군이 군사를 거느리고 왜군과 대치하고 있을 때 왜군들에게 해안을 경비하는 우리 군세의 많음을 보이고, 왜군이 우리 해안에 상륙하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부근의 부녀자들로 하여금 수십 명씩 떼를 지어 해안지대 산에 올라가도록 하고, 곳곳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돌면서 ‘강강술래’라는 노래를 한 것에서 비롯됐다.

전쟁이 끝난 뒤 그곳 해안 부근의 부녀자들이 당시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로서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놀던 것이 전라도 일대에 퍼져 이 지방 특유의 여성 민속놀이가 됐다.

‘강강술래’라는 말은 한자의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에서 온 것이 아니라 우리말에서 유래하는 것이다.

‘강강’의 ‘강’은 주위·원(圓)이란 뜻의 전라도 방언이고, ‘술래’는 한자어로 된 ‘巡邏(순라)’에서 온 말로서 ‘경계하라’는 뜻으로 ‘주위를 경계하라’는 당시의 구호인 것으로 추측된다.

▶거북놀이=수숫대를 벗겨 거북의 모양을 만든 다음 그 속에 2명이 각각 앞뒤로 한 명씩이 들어가서 마치 거북처럼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노는 놀이다.

거북 앞에는 거북몰이가 거북의 목에 줄을 매어 끌고 가고, 그 뒤에는 농악대 꽹과리·북·소고·짚장구 등 타악기를 치면서 동네를 한 바퀴 돈 다음 비교적 부유한 집을 찾아간다.

이어 농악대가 농악을 울린 다음 거북몰이가 “이 동해 거북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왔습니다”라고 하면, 주인이 나와서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수고가 많았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한다. 그러면 그 집 마당에서 한바탕 춤을 추면서 논다.

이 때 일행 가운데 노래를 잘 부르는 사람이 “거북아 거북아 놀아라/만석 거북아 놀아라/천석 거북아 놀아라/이 집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이 마을에 사는 사람 무병장수 하사이다”라고 축복의 주사(呪詞)를 부르는데, 한 구절이 끝날 때마다 꽹과리를 친다.

그렇게 한바탕 놀다가 거북이 땅바닥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는다.

이때 거북몰이가 ‘쉬이’하고 손을 저어 춤과 음악을 중단시키고 주인을 향해 “이 거북이 동해 바다를 건너 여기까지 오느라고 지쳐 누웠으니 먹을 것을 좀 주십시오” 한다.

주인집에서는 떡과 과일, 술, 밥, 반찬 등 음식을 푸짐하게 차려 내놓는다.

놀이 일행은 음식을 먹은 뒤 잠시 쉬었다가 거북몰이가 거북을 보고 “거북아, 음식도 먹었으니 인사나 하고 가자” 하면 거북이 집주인을 향해 넙죽 절을 한 후 한바탕 뛰어놀다가 다른 집으로 간다.

이렇게 차례로 큰 집을 돌아다니며 즐겁게 보낸다.

거북을 만드는 재료도 수숫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왕골이나 만초, 나뭇잎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거북놀이는 거북처럼 마을 사람들의 장수와 무병을 빌고 마을의 잡귀·잡신을 쫓는 데서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소놀이=지방에 따라서 ‘소먹이 놀음’, ‘소놀이 굿’, ‘나무쇠 놀음’이라고도 한다.

소를 만드는 재료는 한지(韓紙)에 흙빛 색물감을 칠하고 들기름을 먹인 것인데 장년 두 사람이 들어갈 만하게 큰 소를 만든다.

그 속에 앞이 되는 한 사람과 뒤가 되는 한 사람이 들어가 허리를 구부린다.

그러면 뒷사람이 두 손으로 앞사람의 허리를 껴안고 소걸음같이 걸으며 한 사람의 소몰이꾼에게 끌려 같이 가는데, 뒤에는 일행으로서 농악대가 뒤따르며 마을의 여러 집을 돌아다닌다.

비교적 부유한 집을 찾아가서는 소 울음소리를 내고, 앞에서 소를 끄는 소몰이가 대문을 두드려 “이웃집 소가 배가 고파서 왔습니다. 짚여물과 쌀뜨물을 어서 좀 주십시오” 하며 소 울음소리를 내면 그 집 주인이 나와서 그 사람소와 일행을 대문 안으로 맞아들인다.

그러면 일행은 그 집 마당에서 한바탕 농악에 맞춰 춤을 추며 놀이를 벌인다.

한참을 놀고 나면 술과 여러 가지 음식이 나오고 이들 일행은 밤이 늦도록 마을의 여러 집을 돌아다니면서 논다.

앞에 든 것은 경기지방의 예이지만 황해도 지방에서는 청년 두 사람이 궁둥이를 서로 마주 대어 엎드리고 그 위에 멍석을 덮어씌우고는 앞이 되는 한 사람은 두 개의 막대기를 양손에 각각 한 개씩 위로 내어 들고, 뒤가 되는 한 사람은 한 개의 좀 기다란 막대기를 아래로 내리 들어, 마치 소의 뿔과 꼬리처럼 만들어서 논다.

▶가마싸움=8월 추석에 서당의 아이들이 편을 갈라서 바퀴가 4개 달린 가마를 앞세우고 양 편이 각기 상대편의 가마에 접근해 먼저 가마를 빼앗거나 부수면 이기는 놀이다.

싸움에 이긴 편은 그 해의 과거에 많이 급제한다고 해 풍악을 울리며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흥을 돋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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