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의 유래

추석의 기원이나 유래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고대로부터 있어 왔던 달에 대한 신앙에서 그 뿌리를 짐작할 수 있다.

고대사회에 날마다 세상을 밝혀 주는 태양은 당연한 존재로 여겼지만 한 달에 한 번 만월(滿月)을 이루는 달은 고마운 존재였다.

밤이 어두우면 맹수의 접근도 알 수 없고, 적의 습격도 눈으로 볼 수가 없기에 인간에게 있어 어두운 밤은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인 가운데 만월은 인간에게 있어 고마운 존재였고, 그 결과 만월 아래에서 축제를 벌이게 됐다
이렇게 발생한 추석은 ‘예기(禮記)’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며, ‘중추절(仲秋節)’이라고 하는 것도 가을을 초추·중추·종추 3달로 나눠 음력 8월이 중간에 들었으므로 붙은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의 고유 명절인 추석은 ‘가윗날’이라 부른다.

   
 

김부식의 삼국사기를 보면 왕이 신라를 6부로 나눴는데, 왕녀 2인이 각 부의 여자들을 통솔해 무리를 만들고, 7월 16일부터 매일 일찍 모여서 길쌈, 적마(積麻)를 늦도록 해서 8월 15일에 이르러서는 그 성과의 많고 적음을 살펴 진 쪽에서 술과 음식을 내놓아 승자를 축하하고 가무를 하며 각종 놀이를 했는데 이것을 ‘가배(嘉俳)’라 했다.

가배의 어원은 ‘가운데’라는 뜻을 지닌 것으로, 음력 8월 15일은 대표적인 우리의 만월 명절이므로 이것을 뜻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또 진 편에서 이긴 편에 잔치를 베풀게 되므로 ‘갚는다’는 뜻에서 나왔을 것으로도 유추된다.

동양 3국 가운데 우리 민족만이 이날을 민족적인 대명절로 여기는 것은 우리 민족과 달의 명절이 유서가 깊다는 것에서 엿볼 수 있다.

이렇게 설날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 명절로 손꼽히는 추석은 예로부터 많은 사람들이 한 해의 농사(벼)를 마감하고, 풍년에 대한 조상에게 감사의 뜻을 담아 행사를 치렀던 것.
그 추석이 지금은 가족들이 전국 방방곡곡에 흩어져 살며 가족의 그리움을 이 추석을 통해 서로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는 최대 명절로 변해 가고 있다는 것이 좀 아쉽지만, 그래도 이 명절로 인해 가족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행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 추석 상차림

우리나라에는 예부터 ‘오월 농부, 팔월 신선’, ‘일 년 365일이 더도 덜도 말고 팔월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오곡과 과일이 풍성해 마음이 넉넉한 계절인 팔월 한가위가 1년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좋은 날, 많은 사람들이 지내는 예가 있으니 이는 다름 아닌 차례다.

차례에서는 신위를 상좌인 북쪽에 놓는다. 경우에 따라서 북쪽에 놓을 수 없더라도 신위가 놓인 곳을 북쪽으로 한다. 상례(喪禮)에서 죽음이 확인되면 죽은 이의 머리를 북쪽으로 향하게 한다.

음식의 경우 대추는 동쪽, 밤은 서쪽에 놓는다는 동조서율(東棗西栗), 붉은 과일은 동쪽에, 흰 과일은 서쪽에 놓아 과실의 배치가 울긋불긋함을 피하려 했다는 홍동백서(紅東白西), 그리고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는다는 조율이시(棗栗梨枾)가 있다.

대체로 과일의 제수 그릇 수는 짝수만큼 놓도록 돼 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둔 지산(地産), 즉 음산(陰産)이기 때문에 음수인 짝수로 한다. 그리고 한 제기에 과일을 올릴 때는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를 놓았다.

과일 줄의 끝에는 과자(유과)류를 놓는다.

과일 가운데 복숭아는 요사스런 기운을 몰아내고 귀신을 쫓는 힘이 있다고 전해져 사용하지 않는다.

두 번째 줄에는 삼색 나물과 식혜, 김치, 포 등이 올라가는데 이때 삼색 나물의 삼색은 역시 귀함을 뜻하는 양(陽)의 수인 홀수다. 김치도 희게 담근 나박김치만을 올리며, 대개 차례 상에 올라가는 음식에는 소금 이외에 많은 양념을 쓰지 않는다.

   
 
세 번째 놓인 탕은 어탕, 육탕, 소탕 이렇게 3가지 탕을 올린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은 고기나 생선은 하늘에서 얻어진(天産) 것이기 때문에 같은 줄에서는 양(陽)수인 홀수로 놓는다. 그리고 탕은 건더기만을 떠서 놓는데 조상들이 잡수시기 편안하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네 번째 줄에 오르는 전과 적은 술안주다. 생선 중에 장어는 올릴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장어가 용(龍)을 상징해 왕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머리와 꼬리가 분명한 제수를 올릴 때 머리는 동쪽, 꼬리는 서쪽으로 향하는 두동미서(頭東尾西)를 따른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따라 동쪽은 남쪽과 더불어 양의 방향이다. 동쪽은 해가 솟는 곳으로 소생과 부흥을 뜻하므로 머리를 동쪽에 둔다. 반면 해가 지는 서쪽은 동쪽과 반대되는 암흑과 소멸을 상징하므로 꼬리는 서쪽을 향하도록 한다.

다섯 번째는 메(밥)와 갱(국)을 신위 수대로 올린다. 제사 때 신위에 바치는 쌀밥을 ‘메’라 하고 국은 ‘갱’이라고 한다. 메는 특별히 되게 하는데 이것은 쌀의 본래 모습에 가깝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때 메와 갱을 올리는 위치는 우리가 밥과 국을 놓는 위치와 정반대다. 즉 밥이 서쪽, 국이 동쪽이다. 이를 반서갱동(飯西羹東)이라 한다. 이는 산자의 세계와 죽은 자의 세계가 다름을 의미한다.

이렇게 추석 뿐 아니라 설날에도 지내는 차례는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의미와 절차가 있다.

특히 요즘은 지역마다 그 의미와 절차, 방법들이 다 달라 현대인들에게 또 다른 고민을 주지만 그래도 조상을 기리는 차례에 대해 우리는 깊이 생각을 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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